수면의 질을 높이는 ‘슬립테크’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수리과학자가 개발한 수면 알고리즘 기술이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 시리즈에 탑재됐다. 순수 수학 기반 연구가 실제 산업 기술로 확장된 산학협력의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KAIST는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개인 맞춤형 수면 가이드 알고리즘을 삼성전자와 협업해 ‘갤럭시워치8’에 탑재, 전 세계 사용자에게 제공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기술은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취침 시간대를 제시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통한 피로 해소를 유도한다.
● ‘11시에 잠드세요’ 맞춤형 수면 제안
김 교수는 세계적인 수리과학자이자 수리생물학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한국인 최초로 올해 미국 산업응용수학회(SIAM) 연례학회에서 기조 강연을 맡았다. 국제 최고 권위의 응용수학 저널인 ‘산업응용수학회 리뷰(SIAM Review)’의 한국인 최초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에 김 교수 팀이 개발한 기술은 수학적 모델링과 생체리듬 이론을 기반으로 개발된 수면 시간 추천 알고리즘이다. 과거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 압력과 생체시계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알고리즘은 단순한 수면량 권고가 아니라 개인별로 ‘오후 11시 10분에서 11시 40분 사이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이상적입니다’와 같은 맞춤형 제안을 제공한다. 기존 스마트워치 수면 기능이 주로 ‘어젯밤 몇 시간을 잤는가’와 같은 과거 데이터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수면 가이드 알고리즘은 오늘 밤 어떤 시간대에 잠자리에 들어야 내일 하루를 가장 상쾌하게 보낼 수 있는지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김 교수는 “불면증 환자 중 일부는 잠이 안 오는 시간에 수면을 취하려 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수면이 가능한 시간을 제안해 주는 기능은 간접적으로 불면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알고리즘은 학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수면학회인 ‘슬립 2025’에서 김 교수의 알고리즘 관련 강연은 ‘핫 토픽스’ 세션에 선정됐다. 현재 김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더 고도화된 수면 시간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 글로벌 기업들 전쟁터 된 슬립테크
슬립테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5억 달러(약 28조 원)를 돌파했고, 2033년 646억9180만 달러(약 89조 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 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슬립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은 2017년 수면 추적장치 제조사 베딧을 인수해 일찌감치 슬립테크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애플워치는 수면 시간과 단계를 추적하는데, 조만간 수면 점수(Sleep Score) 시스템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핀란드 기업 오우라의 스마트반지 오우라링은 센서를 통한 수면 패턴 측정뿐 아니라 수면 가이드를 제공한다.
국내에선 카카오헬스케어가 국내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과 손잡고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에 인공지능(AI) 수면 분석 기술을 도입한다. 올 하반기(7∼12월) 카카오헬스케어의 AI 기반 건강 관리 솔루션 파스타 앱에 에이슬립의 수면 분석 AI 슬립트랙이 탑재된다. 스마트폰을 가까이 두면 이용자의 수면 중 호흡 소리를 기반으로 수면 상태를 측정하고 분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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