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막내가 40대”…청년층 외면에 건설업 ‘고용 붕괴’ 심각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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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건설업 취업자 193만명…외환위기 이후 최대 급감
기술직 기피 현상 심각…단기 처방 넘어 구조적 개편 시급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9일 서울 시내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건축자재를 나르고 있다. 2025.07.09 뉴시스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9일 서울 시내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건축자재를 나르고 있다. 2025.07.09 뉴시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고용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청년층 신규 직원 유입이 급격하게 줄면서 현장직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망사고 등 위험한 환경과 고용 불안정, 열악한 근무조건 등으로 건설업이 대표적인 ‘3D(힘든·Difficult/지저분한·Dirty/위험한·Dangerous) 업종’으로 꼽히면서 청년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청년층이 외면한 현장직은 40~50대 이상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로 메워지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2020년 상반기(196만6000명) 이후 5년 만에 다시 2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3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만6000명 줄어든 수치로, 외환위기 때인 1999년 상반기 이후 2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2020년(3만5000명),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만6000 명)보다도 감소 규모가 크다. 지난해 하반기 10만2000명이 줄어든 데 이어 올해 들어 감소폭이 점차 확대되면서 고용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 고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건설기능인력 평균 연령은 51.8세로 집계됐다. 20·30대 비중은 고작 16.2%에 불과하다. 반면 40대 이상 비중은 83.8%로, 전체 산업 취업자(68.4%)에 비해 15.4% 높아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당분간 고용이 늘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사고율이 높은데다 장시간 근로 등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청년층이 건설업을 외면하면서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다”며 “좀 더 안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대구의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기능 인력의 고령화와 신규 인력 유입이 저조하면서 40대가 막내인 건설현장이 많고, 빈자리는 비숙련 외국인이 채우고 있는 실정”이라며 “공사비 급등과 인건비 상승, 미분양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젊은 인력마저 부족해지면서 지역 건설 산업 전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건설 현장의 인력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등 신규 인력을 유입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지난 2월 ‘제5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2025~2029년)’을 의결하고, 신규 인력 유입 및 성장 지원을 주요 과제로 선정했다.

국내 건설산업에서 청년층 유입이 감소하고, 중장년층은 증가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단기적 인력난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고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이 발표한 ‘건설현장 기술인력 확보 전략 및 실행과제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건설 관련 학과의 입학생 및 재적학생 수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축설비공학과와 토목공학과는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면 건축학과와 도시공학과는 증가세를 보이며 전공 간 유입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청년 유입 감소는 대학 전반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전체 대학의 입학생 수는 8% 감소, 재적학생 수는 16% 감소했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은 산업 세부 부문별로 다르게 나타나며 건설산업에서는 특히 중소 건설현장이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기술인력 자격 보유자 중 기사 자격 취득자는 2014년 이후 153% 증가했지만, 20대 비중은 감소하고 40~50대 이상 중장년층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며 기술인력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건산연은 원활한 인력 수급에 집중한 단기 처방에서 나아가, 청년 부족과 사회적 인식 변화라는 환경변화에 맞춰 ▲건설 인재의 확장 ▲기술 중시 환경 조성 ▲지속적인 성장 추구 ▲건설문화 향상 ▲미래 준비 협력체계 구축 등 5대 장기 전략 방향과 건설산업계가 추진해야 할 15개 실행과제를 제안했다.

성유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 기술인력은 단순한 인력이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와 제도·정책 속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건설현장의 리더’”라며 “산업계, 정부, 학계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해 지속가능한 인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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