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경상수지는 142억 7000만 달러 흑자로, 한 달 전(101억 4000만 달러)보다 41억 3000만 달러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반도체와 의약품 등 수출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대 월간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5.8.7. 뉴스1
미국의 관세부과 전 선수요에 따른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와 배당 수입 증가 덕에 올해 6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에 따라 자동차와 철강 등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부진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반기(7~12월)에도 경상수지의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7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142억6500만 달러(약 19조7299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인 5월(101억4100만 달러)이나 지난해 6월(130억9600만 달러)보다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경상수지는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긴 2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 나갔다. 올해 6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493억7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01억5700만달러)보다 92억1400만 달러 많다. 상반기 기준으로 3위 흑자 기록이다. 6월 상품수지 흑자(131억6000만달러)가 전월(106억6500만달러)과 비교해 24억9500만 달러 증가했다. 이 또한 2017년 9월(145억2만 달러), 2016년 3월(133억2000만 달러)에 이어 세 번째다.
수출(603억7200만 달러)은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품목의 호조가 이어진 데다 의약품 등 비(非) IT 품목 수출도 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통관 기준 컴퓨터 주변기기(13.6%)와 반도체(11.3%)·의약품(51.8%)이 이를 이끌었다. 특히, 반도체는 미국의 품목관세 부과 전 선수요에 따른 수출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미국 관세 부과에 앞서 선수요 효과도 있었고, 신형D램(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사양 반도체의 수요도 견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관세 영향 탓에 승용차(―0.3%)·석유제품(―0.9%)·철강제품(―2.8%)은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EU(14.7%)·동남아(6.0%)에서 증가했으나, 미국(―0.5%)·중국(―2.7%)에서 감소했다.
한편, 수입(472억1100만 달러)도 3개월 만에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증가율은 0.7%였다. 본원소득수지(41억6400만 달러)는 5월(21억4800만 달러)보다 약 2배로 늘었는데 같은 기간 배당수입 증가로 배당소득수지가 15억9200만 달러에서 34억3900만 달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 국장은 “7월 통관 무역수지가 7월 기준으로 최대 흑자였기 때문에 7월 경상수지도 6월보다는 줄더라도 계속 상당 폭 흑자를 이어갈 것 같다”며 “하반기 미국 관세 정책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반도체 수출과 배당소득 호조가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도 경상수지는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등 품목 관세의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에 개별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그 영향은 제한적으로 한국 기본 관세율인 15% 대비 관세율이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국 정부에서 제시한 가이드 라인이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만큼 아직은 모든 불확실성이 제거되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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