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사람들이 앞으로 오를 주식을 추천해달라고 종종 요청해온다. 그런데 이때 ‘오른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어느 정도 오르는 걸 말하냐”고 되물으면 여러 대답이 나온다. ‘10년 뒤 몇 배로 올라 있을 주식’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올해 안에 10% 정도 오를 주식’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가끔가다 ‘단기간에 몇 배로 오를 주식’을 원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소위 대박을 바라는 경우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인물 백락(伯樂)은 천리마를 알아보는 능력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GETTYIMAGES
“천리마로 이익 얻는 속도 더뎌” 그런 건 나도 모른다고 답하면 “확실치는 않지만 그래도 대략은 알지 않냐”고 물어온다. 그동안 많은 주식을 봐왔으니 그중 ‘대박 가능성’이 있는 게 뭔지 알아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 말이 맞기는 하다. 삼성전자, 현대차, 미국 아마존이나 애플 같은 대형주가 1년 사이 2~3배로 오르는 건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중소형주 중에서는 잘하면 1년 사이에 몇 배로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아주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오를 가능성이 있기는 한 주식들이다. 그렇다면 단기간에 몇 배가 될 수 있는 주식들, 소위 대박이 가능한 주식들을 추천해야 할까.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백락(伯樂)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백락은 천리마를 알아보는 말 감정사였다. 천리마는 하루에 천리를 가는 명마(名馬)다. 보통 사람은 자기가 가진 말이 천리마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제대로 먹이를 주지 않아 몸이 말라 있고 다른 말들처럼 마차 따위를 끌면서 지낸다. 백락은 이런 말 가운데 천리마를 골라내 명마로 나설 수 있게 했다. 오늘날에도 백락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걸출한 인물 혹은 명작을 알아내는 감식안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할 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
그런데 같은 시대 대표적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의 책에는 백락과 관련해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한비자 설림(說林)편에 나와 있는 에피소드다.
“백락은 미워하는 자에게는 천리마를 고르는 법을 알려주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둔하고 느린 말을 골라내는 법을 가르쳐줬다. 천리마는 어쩌다 한 번 나오니 더디게 이익을 얻지만, 둔하고 느린 말은 날마다 말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알아볼 수 있어 빨리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백락은 천리마를 구별하는 능력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보통 사람들이 평범한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는 천리마를 사서 왕이나 귀족에게 팔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백락의 성공을 보고 많은 사람이 그에게 말 감정 법을 배우려 했다. 이때 백락이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천리마 고르는 법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리마가 아닌 평범한 말들 가운데 좀 더 낫거나 떨어지는 말을 알아보는 법을 가르쳐줬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천리마 고르는 법을 알려주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백락은 미워하는 사람에게 천리마 감정 법을 가르쳐줬다. 천리마를 발견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 소위 말해 대박이다. 그런데 천리마는 굉장히 드물다. 한 시대에 몇 마리 나올까 말까 한다. 운 좋게 천리마를 발견하면 대박이지만, 천리마를 발견하지 못하면 먹고살기 힘들다. 천리마를 알아보는 희귀한 재주를 가지면 그 재주를 갖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은 눈에 안 찬다. 이 사람은 평생 천리마를 찾으려고 돌아다니기만 할 가능성이 크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돈도 벌지 못한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고차원의 복수다.
백락은 좋아하는 사람, 그러니까 정말로 잘살았으면 좋겠다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말을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시장에 나와 있는 말들 가운데 조금 좋은 말을 알아볼 수 있으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익이 보장된다. 보통 말들은 거의 매일 거래된다. 이익은 크지 않지만 계속 사고팔다 보면 결국 큰돈을 벌게 된다.
반복적으로 얻는 작은 이익 중요 이렇듯 부자가 되는 건 천리마를 발굴하는 능력과 관련 있는 게 아니다. 약간 좋은 말을 찾아서 매번 조금씩 이익을 얻는 게 부자가 되는 방법이다. 어쩌다 한 번 생기는 대박보다 평소 반복적으로 얻는 작은 이익들이 부자의 길로 이끈다. 대박을 쫓는 건 망하는 길이다.
30여 년 동안 출판사를 경영해온 출판인 김흥식 씨가 쓴 책 ‘출판사 하고 싶을 때 읽는 책’에는 베스트셀러를 펴낸 출판사들이 망하는 현실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나온다. 1000~1500부 팔리는 책을 꾸준히 발간하는 출판사는 망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 번에 몇십만 부가 팔리는 대형 베스트셀러를 펴낸 출판사가 오히려 문을 닫는다. 몇십만 부 수준의 베스트셀러를 발간하고 나면 출판사는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는다. 문제는 이런 베스트셀러 출판사가 이후에도 계속 베스트셀러만 고집한다는 데 있다. 몇십만 부를 팔고 난 뒤에는 1000부, 1500부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를 만들려고 미리 몇만 부를 인쇄하고 마케팅에도 적극 투자했는데,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안 되면 출판사는 엄청난 손해를 본다. 이전에 베스트셀러로 번 돈을 모두 까먹고 결국 망하는 길로 들어선다. 오래 살아남아 돈을 버는 출판사는 대박을 낸 출판사가 아니라, 평타 내지 중타를 계속 치는 출판사다.
‘대박 주식’ 전체 수익률 보장 못 해 주위 사람들이 대박이 날 주식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마다 나는 이런 사례를 떠올린다. 대박 날 가능성이 있는 주식들이 있기는 하다. 그동안 계속 적자였다가 흑자로 전환되려 하는 회사는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회사가 신약 개발에 성공하면 주가가 몇 배 오를 수 있다. 또 지금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지만 회사가 보유한 신기술이 갑자기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 몇 배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그런 회사들을 추천해줘야 하는 것일까.
상대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대박 가능성이 있는 주식들을 그냥 말해주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박 주식을 얘기해선 안 된다. 대박은 나지 않지만 연 10%, 20% 오를 수 있는 주식들을 발견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천리마 고르는 방법은 일반적인 말을 고르는 법을 완전히 익힌 다음에 배워야지, 보통 말을 고르는 방법도 모르면서 천리마 고르는 법만 알려고 해선 안 된다.
대박 주식의 문제점은 그 대박 가능성이 실제로 현실화될 확률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10개 중 하나도 아니다. 몇십 개 중 하나만 나와도 다행이다. 또 몇십 개 가운데 하나가 대박이라면 설령 그 주식 가격이 2~3배로 올랐다고 해도 전체적으로는 적정 수익률이 나오지 않는다. 대박은 쳤는데 여전히 돈은 없는 투자자다.
나도 대박 날 가능성이 있는 주식을 찾을 때가 있었다. 그런데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회사 중 실제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다. 적자에서 흑자로 바뀔 것 같을 때 실제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회사도 드물었다. 다시 적자가 심화하거나 흑자가 나더라도 얼마 안 가 다시 적자로 추락하는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대박을 바라보고 한 투자에서는 제대로 된 수익률을 올리지 못했다. 연 10~20% 수익률을 기대하고 산 주식들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이 났다. 그리고 그 정도 수익률을 기대하고 산 주식에서 가끔 예상치 못한 대박이 나왔다.
투자 목적이 평생에 한 번 대박을 경험하는 거라면 대박 가능성이 있는 주식에만 매달려도 될 것이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대박을 추구해선 안 된다. 돈은 천리마를 분간하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보통 말 중에서 조금 좋은 말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그리고 주위에서 대박을 자신하며 주식이나 사업 아이템을 추천하는 사람은 조심하자. 대박 날 주식을 내게 소개해주는 건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싫어서다. 천리마를 알아보는 법은 싫어하는 사람에게나 가르쳐주는 것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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