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총량규제에도 급증세
하루 2730억, 대출규제 직후 2배
주식시장 호황도 영향 미친듯
이달 들어 주요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일주일 새 2조 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6·27 대출 규제 발표 이후 하반기(7∼12월)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절반으로 줄이라고 압박하는 등 총량 관리에 나섰지만 대출 증가 속도가 다시 빨라진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0조8845억 원으로 7월 말(758조9734억 원)보다 1조9111억 원 불었다. 하루 평균 약 2730억 원 증가한 것으로 6·27 대출 규제 직후 증가세가 한풀 꺾였던 7월(1335억 원)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신용대출이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한 주 새 1조693억 원이 불면서 일평균 1528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 대출 포함)은 5796억 원 늘어 하루 평균 증가액(828억 원)이 7월(1466억 원)에 못 미쳤다.
최근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모주 청약뿐 아니라 최근 주식시장 호황으로 전반적인 투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6·27 대출 규제 이전 주택 계약 관련 잔금 대출 등의 실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이미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접수를 일제히 막는 등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힘을 쏟고 있지만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후속 규제를 내놓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절벽까지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담대 모기지보험(MGC·MCI)을 제한하거나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비가격적 조치를 중심으로 후속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한편 신용대출이 늘면서 국내 5대 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평균 신용점수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6월 중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44.2점으로 통계가 공시된 2023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6·27 대출 규제로 신용대출이 연소득 이내로 제한돼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고신용자들의 신용대출 비중이 늘면서 나타난 효과”라고 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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