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서 ‘방산 한일전’ 예고… 95조 시장 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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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육상 무기 위주로 동유럽 공략
日, 해양 전력 앞세워 호주 등 수출
사우디-이집트-UAE 등 주요국
전력의 68%가 사용 연한 넘겨

K2전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민간 기업들의 미국 수출 환경이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해외 방산시장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호주 신형 호위함 도입 사업에서 일본 미쓰비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육상 무기에 강점이 있는 한국이 유라시아 대륙을 따라 동유럽에 집중하는 반면 해군력이 강한 일본은 태평양을 건너 남쪽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두 나라가 지속적으로 글로벌 방산시장을 확대해 나가면 머지않아 중동의 ‘방산 전장’에서 치열한 한일전을 치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 韓, 동유럽 따라 ‘방산 실크로드’

한국 방산업체들이 가장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곳은 동유럽 폴란드다. 현대로템은 2022년 체결한 1차 계약분 K2 전차 180대를 올해 말까지 공급하는 한편 최근 K2 전차의 2차 수출 계약을 완료했다. 2차 계약 대상도 총 180대, 금액으로는 9조 원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도 폴란드에 K9 자주포를 총 300대 이상 공급하고 있다.

FA-50
방산업체들이 폴란드에 이어 눈여겨보는 국가는 루마니아다. 한화가 이미 1조4000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54대 수출 계약을 완료했고 현지에 생산 공장까지 세우기로 했다. 현대로템도 루마니아에 K2 전차 등의 세일즈에 공들이고 있으며 슬로바키아 시장도 눈여겨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유럽 국가로의 활발한 진출에는 독일 등 경쟁국 무기 대비 떨어지지 않는 품질, 저렴한 가격 등과 함께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한몫했다. 특히 현대로템이 K2 전차를 납품하면서 납기일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는 게 동유럽 내 K방산의 인지도 확산에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日, 태평양 건너 호주에 집중

반면 일본 방산업체들은 호주와 동남아시아로 건너가고 있다. 중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해 나가며 주변국의 안보가 불안해진 상황을 파고든 것이다. 과거 일본은 헌법 9조 등에 따라 무기 수출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2023년 12월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무기 수출 빗장을 푼 뒤에는 ‘해양 강국’의 특성을 살려 시장 공략에 나섰다.

최근 호주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맺은 호위함 11척 건조 계약은, 그 규모만 100억 호주달러(65억 달러·약 9조500억 원)에 달한다.

또 인도와는 잠수함 도입 협상을, 베트남과는 해상초계기 도입 논의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는 각각 해상자위대가 쓰던 구축함과 잠수함을 중고로 수출하기 위한 논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영국 및 이탈리아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6세대 차세대 전투기를 수출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 한일, 중동에서 맞붙는다

업계에서는 양국 방산업체들이 자신들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장하면 결국 중동에서 맞붙게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무기 교체 시기가 한꺼번에 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 중동 국가에서 운용하는 무기 중 총 8440기가 이미 사용 연한을 넘긴 교체 대상으로 분석되며, 이는 주요 전력의 68%에 이르는 규모다. 수년 내 대형 수주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 안유동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이들 무기가 모두 예상대로 교체될 경우 오가는 돈만 687억 달러(약 95조 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방산#K2 전차#중동 방산시장#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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