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대출 미끼’ 허위환자 모집, 위조 진단서로 11억 보험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2일 14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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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설계사 등 일당 32명 검거

뉴시스
“보험으로 쉽게 돈 벌 방법이 있습니다. 보험 계약 내용을 알려주세요.”

대학원생 정모 씨(28)는 생활비를 마련하려 한 포털의 대출 카페에 가입해 제2금융권 대출을 알아보던 중 한 상담사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잠깐 솔깃했으나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어 보험 관련 기사들을 찾아봤다. 그는 “기사를 보고나서야 상담사가 보험사기를 알선하는 ‘브로커’임을 알게 됐다”며 “브로커의 제안에 응했으면 큰일날 뻔했다”고 말했다.

매년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1조 원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출 광고로 허위 환자를 모집하고 병원 진단서를 위조해 보험사기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제 기반이 약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자주 들르는 온라인 카페나 오픈 카톡방 등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보험사기단이 조직되고 있다.

●보험사기단 32명, 보험금 11억 원 받아

금융감독원은 인천중부경찰서와 신종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브로커, 보험설계사, 허위 환자 등 32명을 검거했다고 12일 밝혔다.

보험사기 브로커 A 씨는 포털 대출 카페에 ‘절박하게 큰 돈 필요하신 분’, ‘대출’ 등의 제목으로 글을 수십 개 올려 돈이 급한 이들을 유인했다. 보험금을 거짓으로 타내려면 보험설계사, 가짜 환자 등 공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 씨는 관심을 보인 이들에게 보험사기를 제안해 32명의 사기단을 꾸렸다. 이들의 보험 계약서를 보고 보험사에서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예상액을 제시해 환심을 샀다. 일종의 ‘보험사기 견적서’로 꼬드긴 셈이다. A 씨는 이들에게 위조 진단서를 만들어줬다. 가짜 환자 B 씨는 외부 충격 없이 뇌 내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병이 적힌 허위 진단서를 A 씨에게 받았다. 이 진단서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무려 1억9000만 원을 받아냈다.

이런 방식으로 A 씨와 가짜 환자 31명이 보험사들에서 받은 보험금은 총 11억3000만 원. 이 중 3명은 본인이 가입한 여러 보험의 보험금을 여기저기 허위로 청구해 1인당 1억 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A 씨는 공모자들이 편취한 보험금 중 약 30%를 수수료로 떼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들, SNS로 쉽게 연루

보험사기범들이 타낸 금액은 2022년 이후 매년 1조 원을 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1502억 원으로 3년 만에 21.9% 늘었다.

최근에는 보험사기가 SNS를 중심으로 조직되며 청년층들이 쉽게 엮이는 모양새다. 이번에 검거된 브로커 A 씨와 허위 환자 B 씨는 모두 30대였다. 이에 금감원은 사회 초년생들이 보험사기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올 4월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김태훈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실장은 “급전이 절실한 취약계층은 보험사기 브로커를 대출상담사로 착각할 수 있다”며 “‘보험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 무조건 보험사기이니 상담에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가 대형화되고 수법이 정교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기홍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달 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한국도 보험사기에 전사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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