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윤 씨젠 대표이사 회장
소변 등 검체 전처리 완전 자동화… 고급 인력 주요 연구시간 늘고
손기술 따른 결과 편차는 줄어… “7년 내 가정용 분자진단기 보급”
ADLM 전시회에 참석한 천종윤 씨젠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큐레카는 고급 인력을 단순 반복 업무에서 해방시키고 연구의 질을 높이는 인류의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시카고=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씨젠의 꿈은 크고 우아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초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를 조기에 발견하고 세계 가정에는 사람과 동물, 식물의 질병까지 진단할 수 있는 분자진단 기기를 보급하려 한다. 암과 같은 중대 질병도 극초기에 발견할 수 있다면 질병 없는 세상을 앞당길 수 있다는 비전이다.
미국 시카고에서 7월 말에 열린 세계 진단·검사의학회(ADLM) 전시회에서 씨젠은 세계 최초 완전 무인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자동화 시스템 ‘큐레카(CURECA)’와 실시간 진단 데이터 분석 플랫폼 ‘스타고라(STAgora)’를 선보였다. 지난달 30일 현지에서 만난 천종윤 씨젠 대표이사 회장은 “팬데믹 이후 진단 현장은 대규모 자동화, 데이터를 통한 정밀진단 요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우리는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무인 검사와 실시간 글로벌 데이터 공유라는 두 축을 완성한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초로 샘플 로딩, 전처리, 핵산 추출, 증폭, 결과 분석까지 모든 과정을 100% 무인화한 큐레카는 검사실의 인력 부담을 줄이고, 개인의 손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신뢰성과 일관성을 확보했다. 그는 “전처리 단계에서 소변과 대변, 가래, 혈액 등 여러 검체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 기존 자동화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극복했다”고 했다. 24시간 연속 검사가 가능해 밤낮으로 인력의 구애를 받지 않고 검사량 급증에 대응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공공보건 위기가 발생해도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 확산 때 많은 검사 인력이 전처리에 매달리느라 밤을 꼬박 새우는 등 애를 먹었다.
데이터 플랫폼 스타고라는 익명화된 진단 정보를 병원이나 지역, 국가 간 경계를 넘어 실시간 공유가 가능하도록 해 감염병 확산 감시 및 임상적 의사결정 지원에 새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천 회장은 “데이터를 혼합·분석·시각화해 의미 있는 임상 인사이트를 지원함으로써 의료진에게 ‘눈에 보이는 지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유사환자 검색 등을 통해 더 정확하고 신속한 검진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다.
천 회장은 나아가 큐레카와 스타고라는 씨젠이 질병 없는 세상을 위해 추진 중인 기술공유사업에도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큐레카와 스타고라는 인류가 질병과 싸우는 데 필요한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파트너로 삼아 추진 중인 기술공유사업은 씨젠의 독보적인 신드로믹 정량 PCR 기술(14개 병원체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다중 감염 진단 기술)과 시약개발 자동화시스템(SGDDS)을 세계 각국 대표 기업과 과학자들에게 공유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전문가들이 현지 맞춤형 진단 시약을 직접 개발·생산하며, 사람과 동식물 모두의 다양한 질병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스페인의 1위 진단기업 ‘웨펜’과 이스라엘 ‘하이랩스’ 등에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기술공유사업에 무인 자동화 진단기기와 실시간 데이터 플랫폼이 결합되면 표준화된 검출 진단 방식으로 병원체 발견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고, 진단 제품 개발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 회장은 앞으로 5∼7년 내에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 정도 크기의 진단기기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분자진단기술은 생명체에 존재하는 핵산에서 질병의 징후를 포착해 내는 것이어서 사람과 동식물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며 “조기 발견으로 모두가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단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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