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보다 성장과 효율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연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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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NOW]
연애 예능 프로로 대리만족… 임장-공부-운동 데이트 선호
취향-관심 기반 소모임 주목… 데이트족 감소로 관련 산업 쇠퇴

요즘 젊은 세대 중에서는 연애를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연애 상대를 고를 때도 나의 취향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매칭을 선호하고 러닝, 와인, 독서 등 관심사 기반 소모임에서 연애 상대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데이팅 앱 ‘틴더’의 매치 화면. 사진 출처 틴더 홈페이지
요즘 젊은 세대 중에서는 연애를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연애 상대를 고를 때도 나의 취향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매칭을 선호하고 러닝, 와인, 독서 등 관심사 기반 소모임에서 연애 상대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다. 데이팅 앱 ‘틴더’의 매치 화면. 사진 출처 틴더 홈페이지
최근 관찰 연애 예능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낯선 공간에서 청춘 남녀들이 서로 호감을 갖게 되는 과정을 관찰하며 최종 커플을 추리하는 채널A의 ‘하트페어링’부터 모태솔로들의 연애, 이혼 남녀의 연애, 심지어는 점술가들의 연애에 이르기까지 타인의 연애를 간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들이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한화손해보험 펨테크연구소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연애 예능을 시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2030세대 대부분은 “연애 예능을 통해 연애 감정을 대리만족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발견된다. 각종 매체에서 ‘연애’가 인기 키워드로 부상하는 것과 달리 실생활에서 연애의 중요도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4년 한 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24.5%가 삶에서 없어도 되는 것으로 ‘연인, 애인’을 꼽았다. 30대 이상이 ‘사회적 지위, 뚜렷한 취향, 학력·학벌’ 등을 선택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연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생활에서는 연애를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여기는 현상,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연애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이 연애에 기대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첫째, 낭만적 사랑보다 ‘성장형 연애’를 추구한다. 단순히 함께 식사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홍대와 성수동 같은 핫플레이스를 돌아다니며 부동산을 살펴보는 ‘임장 데이트’를 더 선호한다. 온라인 미팅 앱을 켜두고 함께 공부하거나, 정해진 요일에 만나 운동하는 데이트도 인기다. 연애를 즐기면서도 개인의 성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실용적 사고가 엿보인다.

러닝 크루의 운동화 인증샷. 사진 출처 동아일보DB
러닝 크루의 운동화 인증샷. 사진 출처 동아일보DB
둘째, 쓸데없는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는 ‘효율적 연애’가 당연시된다.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오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추측하며 감정을 소모하는 일은 더 이상 로맨틱하지 않다. 이런 변화는 통계로도 나타나는데 글로벌 데이팅 앱 틴더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틴더 서비스 국가 중 매칭 상대에게 가장 빨리 회신하는 국가 1위로 나타났다. “자신의 일정에 맞추는 데이트에 열려 있다”는 응답도 51%에 달했다. 연애보다 ‘나’를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태도다.

마지막, ‘취향 기반 매칭’이 중요해졌다. 요즘 2030들은 소개팅에서 각자의 소셜미디어를 열어 추천 화면을 공유한다.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추천하는 콘텐츠를 보면서 상대방의 평소 관심사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과거 X세대가 CD나 책 같은 애장품을 꺼내 보이며 서로를 탐색했다면, 지금은 데이터가 이를 대신한다. 이런 변화로 인해 러닝 크루, 와인 모임, 독서 커뮤니티 등 관심사 기반 소모임이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바웃 와인’ 같은 소개팅 겸 와인 모임이나 원티드랩의 ‘연애를 원티드’ 프로그램 같은 서비스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런 변화의 근저에는 젊은 세대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치솟는 물가와 주거비에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연애는 곧 사치로 여겨진다.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시간과 에너지, 비용이 따르는데 혼자 살아남기도 벅찬 현실에서 그런 여유를 허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젊은 세대의 연애 회피 성향이 더 이상 그들만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데이트족의 감소는 영화관, 주점, 숙박업 등 연애를 전제로 한 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데이트 코스인 영화관의 2024년 매출은 약 1조19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연인들로 북적이던 주요 대학가 상권에도 공실이 늘고 있다.

2025년 연애는 ‘청춘의 특권’에서 ‘선택적 투자’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한다면 위축되는 기존 시장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만남을 넘어 개인의 성장과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연애 플랫폼과 서비스를 상상해 보자. 변화하는 시대와 세대를 이해하고 알아야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떠올릴 수 있다.

#연애#요즘 연애#효율적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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