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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구현 모습.
다쏘시스템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설계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디자인 분야에 어도비 포토샵이 있다면 산업 설계 분야에는 다쏘시스템 3D 설계솔루션이 꼽힌다. 글로벌 고객사만 30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테슬라와 현대자동차그룹, 폭스바겐그룹 등 자동차 업체부터 항공기제조사 에어버스와 선박제조사 HD현대, 프랑스 나발그룹, 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현대로템,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와 아디다스, 전자기기 애플 등 우리가 일상 속에서 보거나 경험하는 많은 물건들이 사실은 다쏘시스템 설계를 거친 셈이다.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센터 전시공간.
다쏘시스템의 기술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센터’를 방문해 기술이 구동되는 모습을 살펴봤다. 이곳은 다쏘시스템을 도입한 이후에 시간, 인건비, 자재 등을 효율적으로 쓰는 기술력을 기업들에 소개하는 공간이다. ‘3D AR 장비’ 착용 후 설계를 하는 혁신적인 모습을 기대했지만, 아직은 개발 중이라고 한다. 다만 현재 애플과 협업하고 있으며, ‘애플 비전프로’ 기기를 쓴 상태로 설계를 하는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살펴본 버추얼트윈 기술은 조선산업에 특화된 유형으로 생산과정을 디지털로 통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한다. 센터에서는 실제 조선소 환경을 똑같이 모사한 가상 시뮬레이션을 구현해 선박 설계와 제조 공정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버추얼트윈으로 구현한 3D 모델은 큰 선박을 부분으로 나누어 세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기술적인 구현이 가능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기본적인 선박 몸체 설계부터, 엔진룸, 배관 설계 등 세밀하게 나뉘어 실시간으로 수정되고 새롭게 반영됐다.
조선소 작업자까지 고려한 동선을 실시간으로 테스트 할 수 있다.거대한 조선소 내에서 작업자의 동선까지 고려한 설계는 상당히 놀라웠다. 조립하고 있는 선박과 사용되는 자재 및 로봇 그리고 작업하는 사람까지 3D 프로그램에 넣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모습은 흡사 게임과 비슷했다. 작업자의 변경 지시는 바로바로 입력됐고, 점차 최적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다소 복잡해 보였지만 현장에서 설명해준 엔지니어는 관련 학과를 나온 사람이면 누구나 편안하게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쉽게 발전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데이터 분석… 설계 오류 곧바로 찾는 기능 구현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구현 모습.또한 버추얼트윈 기술은 오류를 잡아내는 데 특화됐다고 덧붙였다. 기존 2D 설계가 갖은 단점을 3D 설계를 통해 다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다고 했다. 즉 화면을 요리조리 돌려보면서 부품 간의 간섭은 없는지, 무게 배분을 고려한 최적의 위치를 찾았는지 등을 즉시 알 수 있다고 한다. 실제 공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배관 시스템 설계 변경은 10분 이내로 반영될 수 있으며 구현하는 모습도 간단해 보였다.
인건비 절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과거의 조선사들은 설계, 생산, 검증이 별도 소프트웨어로 운영돼 데이터 호환성 문제가 빈번했다. 버추얼트윈을 도입한 이후에는 선박 제조에 대한 모든 정보가 한 곳에 모이면서 설계팀과 생산팀 간 커뮤니케이션 시간을 40% 줄었다고 한다. 시스템을 직접 살펴보니 간편하게 ‘폴더화’돼 있어 작업자들이 참고하기 쉬워 보였다.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구현 모습.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적용한 조선소.실제로 다쏘시스템을 도입한 중국의 조선사들은 배관 설계 오류로 인한 재작업이 50% 이상 감소 됐으며, 100명 이상의 설계 인력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서 100시간 이상 시간을 절약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조선업 시장 점유율 ‘중국과 한국’이 주도
지난 2024년 글로벌 조선업 시장은 중국과 한국이 주도했다. 중국은 2024년 신규 선박 수주에서 7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렸다. 한국은 같은 해 17%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했다.(클락슨 리서치, 2025년 1월 보고서)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은 신규 수주 64%, 한국은 신규 수주 26%로 우리 기업 점유율이 소폭 상승했다.(마린 인사이트, 2025년 7월 보고서)
현재 중국은 조선업종에서 다쏘시스템 등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모양새다. 황푸원충조선소(세계 1위 조선그룹 중국선박공업그룹 핵심 자회사)는 버추얼트윈을 도입해 설계와 제조를 통합한 바 있다. 기존에는 수백 개 소프트웨어로 분리된 데이터가 오류를 유발했지만, 단일 플랫폼 도입 후 설계 변경이 실시간으로 반영됐다고 한다.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센터 전시공간.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센터 전시공간.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센터 전시공간.예를 들어 17.5만㎥급 LNG선(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설계에서 버추얼트윈을 활용해 연료 시스템의 안정성을 시뮬레이션했고 기존 방식대비 오류를 크게 줄였다. 배관 시스템은 디지털 모델로 통합되어 관련 장비와 연동, 정밀 가공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는 자재 낭비를 줄이고, 생산 시간을 단축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센터 전시공간.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이그제큐티브센터 전시공간.또한 공정이 정밀간소화되면서 이 조선소는 ‘페이퍼리스 조선소’(종이 도면 없이 디지털 데이터로 작업하는 조선소)로 전환되며, 작업자들이 태블릿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해 작업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한다.
다쏘시스템 기술 활용한 테슬라·현대차… 효율 크게 높아져
테슬라 모델S테슬라는 다쏘시스템의 버추얼트윈 등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3D 모델링 프로그램)을 적극활용해 전기차 개발을 혁신했다. 2003년 설립 이후, 로드스터(테슬라의 첫 전기차 모델)와 모델S 개발에서 다쏘시스템을 활용해 데이터 경계를 없애고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
버추얼트윈은 테슬라의 동력 전달 시스템, 배터리 시스템, 섀시(차량의 뼈대 구조) 설계를 가상 환경에서 테스트하며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배터리 팩의 냉각 시스템은 여러 시나리오를 테스트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으며, 배터리 재료 사용량을 줄이고 조립 시간을 높이는 설계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다쏘시스템을 활용한 부품 설계 시현.테슬라는 기가팩토리 운영을 다쏘시스템 버추얼트윈으로 시뮬레이션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배터리 생산설비도 공정 순서를 최적화해 생산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다쏘시스템과의 협업은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 다쏘시스템과 30년 동행으로 품질과 효율성 향상
현대차 아이오닉5.현대차는 다쏘시스템과 30년이 넘는 오랜 협력을 통해 차량 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해 왔다. 현대차는 다쏘시스템과 최근 연장 계약을 체결했으며, 카티아(3D 모델링으로 제품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등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활용해 설계, 분석, 조립을 3D 모델로 관리하고 있다. 전기차 아이오닉 시리즈 설계는 버추얼트윈 기술로 배터리 배치, 충돌 안전성, 공기역학 성능을 사전 검증했고 제품 개발에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 5 배터리 팩은 다쏘시스템의 가상 환경에서 열 관리 시스템을 테스트해 냉각 효율을 개선했으며, 차체 설계는 충돌 시뮬레이션으로 안전성을 강화하며 강철과 알루미늄 비율을 최적으로 조정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현대차 글로벌 기술센터는 카티아를 활용해 설계부터 공급망 관리까지 효율성을 높이기도 했다. 3D익스피리언스 기술로 전기차 플랫폼 부품 조달 시간을 단축하고, 배터리 모듈 공급업체와의 데이터 공유를 통해 부품 정합성(부품 간 맞춤 정도)을 향상하기도 했다.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E-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스템 구조.
다쏘시스템, 자동차 에어로나이믹 테스트.
아식스 젤카야노 14.이외에도 포르쉐, 벤틀리, 재규어랜드로버, 보잉, 록히드마틴, 지멘스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다쏘시스템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다쏘시스템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B2B 기업으로서 글로벌 제조사들과 동반 성장해 왔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한국 조선업계는 LNG선, 수소·암모니아 추진선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에서 부족함을 지적받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내 조선사 중 일부는 여전히 2D 설계도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오류를 수정해가며 선박을 제조 중인 기업도 있다. 2D 설계도는 부품 간의 간섭을 사전에 알기 어려워 현장에서 보수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현장에서 설계 오류가 발생하면 부품을 연장해 우회하는 등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보수가 필요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구현 모습.현장에서 살펴본 다쏘시스템의 기술력은 테슬라와 현대차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차지했다고 평할 수 있을 만큼 고도로 지능화된 성능을 보였다. 선진 시스템을 유연하게 받아드린 중국 조선업이 활황을 맞이한 만큼 국내 조선업도 슈퍼사이클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술도입이 필요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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