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고객정보 수집, 인간보다 AI가 할 때 덜 민감하게 느껴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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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서 고객 정보 확보할 때 인간보다 AI가 효과적
직원, 감시자 아닌 도우미 돼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에서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확보하는 장소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체험형 매장 베타(b8ta) 스토어이다. 베타는 인공지능(AI) 카메라로 매장 내 고객의 움직임과 제품 상호 작용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여기서 ‘베타테스터’라고 불리는 직원들은 고객과 소통하고 체험을 도우면서 고객 반응을 데이터화한다. 베타는 매장에서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제조사에 전달함으로써 판매량과 무관하게 제조사로부터 정액을 받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한다.

베타의 사례가 보여주듯, 앞으로 소매 매장에서 AI와 직원이 협력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소비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한다. 이에 덴마크, 미국, 핀란드, 독일의 공동 연구진은 AI와 인간 직원의 존재가 소비자의 프라이버시 우려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AI의 응대를 받을 때 개인정보를 더 흔쾌히 노출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AI가 주도하는 판매 환경에서 소비자들이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덜 느꼈고, 이는 해당 매장의 재방문율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심리적 반발 이론(Reactance Theory)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자유를 침해당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며, 이를 보호하려는 동기가 강하다. 그런데 판매 환경에서 서비스 직원의 개입이나 존재 자체는 소비자에게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다. 특히 인간 서비스 직원의 개입이 AI보다 그런 불편함을 더 크게 유발했다. 소비자는 AI 직원이 인간 직원보다 특정 행위를 유도하는 ‘영향력(Power)’이 약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리테일 기업이 고객 프라이버시 우려를 줄이기 위해 인간보다 AI 직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를 취합할 때 직원이 직접 나서기보다 태블릿PC 등 전자기기를 활용해 시스템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기업은 AI와 인간 직원의 효율적 상호 보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데이터 수집은 주로 구매 이전 단계에서 이뤄지므로 구매 이전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고객 응대가 유리하다. 반면 구매 이후에는 프라이버시 민감도가 줄어들기에 인간 직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즉, 구매 단계별로 AI와 인간 직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소비자는 매장 직원을 감시자가 아닌 도우미로 인식할 때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더 자주 매장을 방문한다. 기업은 AI 기술을 활용한 응대가 개인정보 침해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는 ‘유익한 도움’으로 인식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오프라인 매장#고객 데이터#인공지능#베타 스토어#프라이버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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