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진단-치료 문턱 높아
3세 이전 골든타임 놓치기 쉬워
부모 죄책감 악용 조직도 활개
현대해상 ‘아이마음 탐사대’ 추진… “혁신 솔루션 발굴, 정책 변화 기대”
‘아동 발달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현대해상이 세브란스병원(천근아 소아정신과 교수),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임팩트스퀘어와 함께 추진하는 사회공헌 공모 프로젝트 ‘아이마음 탐사대’는 이 질문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현대해상 제공
3일 오전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사회공헌 공모 프로젝트인 ‘아이마음 탐사대’ 1차 심사가 열렸다. 프로젝트는 발달장애·지연 아동에게 조기 개입하는 솔루션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대해상이 세브란스병원(천근아 소아정신과 교수),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임팩트스퀘어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3년간 총사업 투자액은 150억 원. 선정된 팀은 3년간 성과에 따라 단계별 지원을 받게 된다.
심사에 참여한 김현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언어치료 보조 도구, 스마트 교구,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경두개 자기자극술(TMS)까지 다양한 솔루션이 접수됐다”며 “과학적 근거와 실현 가능성을 토대로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할 잠재력을 가진 팀을 선발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발달장애 등록 아동은 연간 2만 명. 발달장애 이전 단계를 아우르는 발달지연 아동은 전체 아동의 15% 내외로 추산된다. 국내 18세 미만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발달 문제를 지닌 아동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조기 개입’이란 발달지연 단계부터 개입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개념이다. 발달장애는 골든타임이 특히 중요하다. 의학계에 따르면 3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가 크지만 6세 이후엔 개선 속도가 더디다. 9세 이후엔 확률이 더 떨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매 단계가 ‘허들’이다. 우선 초보 부모는 발달 정도를 정확히 판별하기 쉽지 않다. 한데 영유아 건강검진은 언어·정신적 발달에 대한 정밀평가는 하지 않고 있다. 진단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전국의 영유아 발달 평가 의료기관은 397곳. 그조차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은 예약이 더 어렵다.
비용 부담으로 꾸준한 치료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 부모들의 걱정을 돈벌이로 악용하는 불법 브로커 조직과 그와 연계한 사무장 병원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정상 범위 아동을 발달지연으로 진단해 치료를 가장한 수영·미술 같은 교육을 진행하는 식이다. 그러는 사이 정작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은 뒷전으로 밀려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최은희 건강보험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보 수집→진단→치료’의 각 단계가 연결되지 않아 부모들이 조기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선진국들처럼 정부가 각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조기 발견→집중 개입→자립’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공적 보장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바우처는 소득, 연령, 등록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금액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가족들은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돌봄 문제까지 겹치면서 가정이 흔들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프로젝트 운영위원장을 맡은 천근아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현재의 시스템이나 서비스가 모든 아이들의 고유한 특성과 필요를 완벽히 반영하기에는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며 “발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새롭고 혁신적인 접근이 절실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골자는 △지역협력의료기관 및 행동발달센터 건립 △18·36개월 영유아 검진 법제화 △언어 치료와 응용행동분석(ABA) 건강보험 적용 등이다.
박양동 대한소아청소년행동발달증진학회 이사장(서울패밀리병원 원장)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정부가 치료 비용의 60∼80%를 책임지고 있다”며 “한국도 언어 치료 등 항목을 급여화해야 한다”고 했다.
민간에서도 노력하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발굴한 혁신 아이디어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발달지연 아동과 부모, 더불어 사회와 정책까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며 “아이마음 탐사대가 그 첫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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