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경기 침체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중고 명품 시장이 활기를 띠자 관련 플랫폼 업체들이 ‘중고 명품’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19일 네이버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은 중고 명품 거래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크림은 지난해 8월 시범운영으로 시작한 ‘부티크’ 서비스를 ‘빈티지’로 개편하고 ‘중고’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유저인터페이스(UI)도 소비자가 중고 명품을 더욱 쉽게 탐색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번 개편으로 브랜드 라인업도 확장했다. 시범 운영을 시작할 당시에는 샤넬, 에르메스 등 2개 브랜드로 운영했으나 현재 90개까지 늘었다. 셀린느·프라다·발렌시아가처럼 2030세대의 접근성이 좋은 인기 브랜드 상품을 늘리고, 시계 카테고리에 롤렉스 등 프리미엄 라인을 추가했다.
크림은 원클릭으로 간편하게 중고 명품 판매·구매가 가능한 개인 간 거래(P2P)로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크림에서 구매한 제품을 다시 판매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반기에는 소비자가 상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새로 열어 구매 경험을 넓힐 계획이다.
중고 명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높아지는 추세다. 중고 명품 플랫폼 구구스의 지난해 거래액은 2255억 원으로 3년간 약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의 지난해 명품 거래액은 2500억 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2배 늘었다.
이 같은 중고 명품 인기는 제품이나 브랜드 철학,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가 확산하면서 실용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소비하려는 이들 가운데 MZ세대를 중심으로 ‘리셀(되팔기)’이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아울러 명품업계가 한 해에 몇 차례씩 가격을 인상하는 ‘N차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소비자들이 중고 명품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시장이 성장하자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들은 새로운 고객 확보를 위해 신뢰도 제고에 힘쓰고 있다.
2022년 중고 플랫폼 최초로 정품 검수와 클리닝 중심의 종합 서비스 ‘번개케어’를 도입한 번개장터는 검수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번개케어는 판매자가 번개장터 검수센터로 상품을 발송하면 번개장터가 정·가품 검수 후 배송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기준 번개케어 전체 거래 건수 4만200여 건 중 절반가량이 명품일 정도로 고객 선호도가 높다.
수익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명품 플랫폼 트렌비는 중고 명품 거래로 수익 개선에 나섰다. 국내 최대 규모 ‘한국정품감정센터’를 설립하고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정확도를 높였다. 5월에는 고객이 등록한 상품에 전국 500여 개 명품숍 셀러가 입찰하는 기업 소비자 간(C2B) 기반 경매 서비스 ‘트렌비 경매’를 론칭해 누적 입찰 수 1500건을 기록했다.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구구스는 온라인 제품을 가까운 매장에서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보고 구매’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중고 명품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면서 “신뢰성과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력이 중고 명품 시장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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