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학자대회’서 기조연설
“韓초기 성장 권위주의하에 이뤄져
민주화후 포용적 제도로 성장 가속”
“한국이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경제 개발에 완전히 ‘집착’하던 인물을 만난 것은 굉장한 행운입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이자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공동저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 시카고대 교수(사진)는 과거 한국이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기조강연 연설자로 나선 로빈슨 교수가 한국의 ‘운’으로 언급한 인물은 박 전 대통령이다. 그는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은 박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경제 발전에 집착한 덕분”이라며 “(권위주의적 체제 아래) 그런 지도자가 나온 것은 기존 사회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존 사회경제 연구에서는 권위주의 정치 체제 아래 장기적 경제 발전이 이어지기 어렵다는 이론이 대세였다. 로빈슨 교수도 독재 국가 등 ‘착취척(extractive)’ 제도 아래 정치·경제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될 경우 나머지 다수가 경제적 기회를 제한받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는 “민주화를 거치며 포용적(inclusive) 제도를 구축해 성장을 가속화했지만, 한국의 초기 성장이 권위주의하에서도 이뤄진 것은 흥미롭다”고 했다. 또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사례를 언급하며 “가난한 농가 출신으로 거의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놀라운 사회적 상승을 이뤘다”면서 “이는 (한국의) 포용적 제도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의 ‘재벌’과 아프리카 사례를 언급하며 가족 기업 체제의 고속 성장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조상 숭배, 가족 중시 문화에서 동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유사한 점이 많다”며 “막스 베버는 이런 전통으로 자본주의가 발달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결국 틀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재벌은 가족 기업 중심 체제가 오히려 잘 작동한 예”라고 설명했다.
이날 ‘문화·제도·사회규범이 국가 발전을 어떻게 결정짓는가’를 주제로 강연한 로빈슨 교수는 향후 크게 발전할 국가로 나이지리아를 꼽았다. 그는 “나이지리아는 2050년 세계 3대 인구 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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