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고 36분만에 받는다”…CJ올리브영 MFC 송파 현장 가보니

  • 동아경제
  • 입력 2025년 8월 20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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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CJ올리브영의 도심형 물류센터(MFC, Micro Fulfillment Center)는 ‘오늘드림’ 배송을 떠받치는 핵심 허브다. 20일 찾은 MFC 송파 현장에서는 자동 분류기와 로봇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고객 주문을 처리하고 있었다.

장민형 CJ올리브영 물류인프라팀 팀장은 “입고부터 적치, 피킹, 분배, 포장까지 모든 과정이 초 단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2020년 온라인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자 MFC를 처음 본사에 제안하고 시스템을 도입했던 인물이다. 현재 18개 MFC를 총괄하고 있다.
장민형 CJ올리브영 물류인프라팀 팀장이 MFC 송파에서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MFC 송파는 올리브영이 2021년 첫 선을 보인 MFC 1호점을 확장 이전한 곳으로 올해 5월 오픈했다. 300평 규모로 1만5000~2만 개 상품가짓수(SKU)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MFC에서 작업자가 입고된 제품을 분류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가장 처음 마주한 것은 제품 분류장치였다. 이 곳으로 한 주에 5차례, 한 차례당 5000개 남짓 입고되는 제품은 A부터 F까지 여섯 구역으로 나뉘어 제품 특성과 재고 상황에 따라 분류된다고 한다. 작은 물품과 가벼운 상품은 노란색, 무겁고 큰 물품은 파란색으로 구분돼 박스에 담겨 보관된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 오펙스(Opex)사의 자동 분류기 ‘슈어소트(SureSort)’였다. 수직 공간을 활용해 설치된 설비는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상품을 빠르게 분류한다.

장 팀장은 “여러 고객 주문을 한 번에 모아 처리하는 총량 피킹 방식을 적용하면 이후 슈어소트가 이를 주문별로 자동 분류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한 시간에 600건 이상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MFC 송파를 포함해 전국 6개 MFC에 해당 설비가 도입됐으며 나머지 센터도 자동화 설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슈어소트를 통과한 상품은 ‘아이봇(ibot)’ 로봇으로 이동한다. 로봇은 수직·수평을 오가며 주문별 박스에 상품을 배분한다. 이 과정을 ‘인피드(infeed)’와 ‘케이스컷(case cut)’이라 부른다. 이후 상품은 자동 포장기 ‘오토 배거(Auto Bagger)’로 향한다.
완전 자동 포장 설비. 안전상 양 손으로 함께 버튼을 눌러 실링될 수 있게 설계됐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포장과정은 자동화와 수작업이 병행된다. 주문건당 상품 용량이 11리터 이상일 경우 자동 포장 설비로 처리되고 11리터 이하일 경우는 작업자가 수동으로 실링한다. 오늘드림 상품은 친환경 종이봉투에 사람이 담아 출고한다.

한국호쿠쇼 장비를 적용한 완전 자동 포장 설비는 국내 유통 현장에서도 보기 드물다고 한다. 주문 1건당 제품 총 합이 11리터 이상인 경우가 70%이고 모두 이 완전 자동화 설비를 통해 처리된다. 이 덕분에 송파 MFC의 평균 배송 준비 시간은 주문 이후 36분에 불과하다.

송파 MFC는 정규직 3명과 계약직 10명, 총 13명의 인원으로 운영된다. 입고부터 출고까지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돼 소수 인력으로도 대량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주문 밀도가 높은 곳부터 자동화를 도입했다”는 장 팀장의 설명처럼, 송파를 비롯해 군포, 부천이 수도권 내 ‘빅3’ MFC로 꼽힌다. 지난 세일 기간에는 일주일동안 MFC 17곳에서 60만 건의 주문을 처리했다.
주문된 제품이 분류돼 자동포장기(오토배거)로 이동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올리브영은 지난해 약 4조7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H&B 업계 1위를 굳혔고 올해 상반기에도 2조69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 성장했다. 특히 온라인 주문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올리브영 측은 “이 같은 성장세는 MFC와 WMS·OMS 기반 물류 체계가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며 “대규모 행사나 성수기에도 안정적으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은 물리적 자동화에 더해 WMS(창고관리시스템)와 OMS(주문관리시스템) 같은 디지털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WMS는 상품의 입고, 보관, 피킹, 출고 전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재고 위치와 수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한다. 이를 통해 작업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고 운영 비용을 줄인다.

OMS는 고객 주문 접수부터 재고 확인, 배송 추적까지 전체 주문 흐름을 통합 관리한다. 이를 기반으로 가장 효율적인 배송 옵션을 선택해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단축할 수 있다.

두 시스템은 단순한 물류 효율화 차원을 넘어 옴니채널 서비스의 기반이 된다. 온라인 주문 상품을 3시간 내 배송하는 ‘오늘드림’, 온라인 주문 후 가까운 매장에서 1시간 내 수령 가능한 ‘오늘드림 픽업’, 온라인 구매 상품을 매장에서 간편하게 반품할 수 있는 ‘스마트 반품’ 서비스 모두 WMS와 OMS를 통해 재고·배송 정보가 실시간으로 연동되기에 가능하다.
MFC 송파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송파 MFC에서 확인된 자동화 설비와 디지털 시스템은 단순히 빠른 배송을 넘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새로운 물류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장민형 팀장은 “MFC가 온라인거래의 명실상부한 기점이 돼 고객에게 더 신속하고 안정적인 배송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안에 전국 22개 MFC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장의 오늘드림 서비스, 택배 배송을 포함해 고객 주문의 절반 이상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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