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위원들 “고용보다 물가가 위험”
시장선 “9월 금리 동결” 전망 힘얻어
한은, 수출-집값 등 변수에 금리 고심
“연준 결정 본 뒤 대응해야” 목소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연이은 ‘금리 인하’ 압박에도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서울 집값 등 복잡한 경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은행의 금리에 대한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20일(현지 시간) 연준이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물가 상승 위험’과 ‘고용 감소 위험’을 모두 고려했다. 그런데 대다수 위원은 ‘물가 위험이 고용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연준은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현행(4.25∼4.5%) 수준으로 동결한 바 있다.
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물가에 미칠 영향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많은 연준 위원은 “(물가에 대한) 온전한 관세의 영향을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봤다.
물가에 대한 연준의 우려가 공개되자 다음 달로 예정된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19일 13.4%에서 20일 17.6%로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대출 의혹이 제기된 연준 이사의 사임을 촉구하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 폭을 제시하는 등 행정부의 금리인하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연준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이래로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은의 부담도 커졌다. 올 상반기(1∼6월) 부진했던 내수가 하반기(7∼12월) 들어 반등할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달 7일 공식 발효된 미국 상호관세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 국내 주요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해 수출 경쟁력을 이어가려면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리 인하로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은 상승)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달 1일 국내 증시 급락과 함께 1401.4원까지 올랐다가 하락한 원-달러 환율은 19일 1390원대로 올랐다. 이틀 연속 1390원대 후반에서 횡보 중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내에 금리를 인하한다면 가능한 한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은 부동산 가격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6·27 대책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서울과 그 외 지역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계속 확대돼 금융시장이 안정될지 자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봤다.
연준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대응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상황만 보면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 맞지만 다른 불안 요소가 너무 많다”며 “파월 의장이 연설할 잭슨홀 미팅과 다음 달 연준의 금리 방향을 보고 그에 맞춰 인하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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