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가격 싸고 주차도 편해”… 중고차 시장서 전기차 열풍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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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고 전기차 거래 50% ↑
수명 긴 리튬인산철 배터리 늘어
가격 하락폭 상쇄돼 인기 몰이
“내연기관보다 적은 관리비도 매력”

공무원 전모 씨(29)는 최근 중고차 업체 플랫폼에서 2023년식 기아 디 올 뉴 니로 EV를 2000만 원대에 샀다. 전 씨는 지난해 해당 모델 구매를 결심한 뒤 예산에 맞는 물량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전 씨는 “첫 차라 무조건 중고로 사려고 했다”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관리비가 적게 나가고 주차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신차 전기차 시장에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일어나는 것과 달리, 중고 시장에서는 전기차 열풍이 이제 시작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국내 전기차 중고 거래 건수가 1년 만에 50% 이상 늘었다. 이는 신차 출시 후 4, 5년이 지나야 중고차로 거래되는 시간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6일 자동차 통계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거래된 중고차는 20만9103대로 전년 동월 대비 1.8% 감소했다. 반면 중고 전기차 거래량은 이 기간 3529대에서 5331대로 51.1% 늘었다. 휘발유차 중고 거래가 0.6% 증가에 그치고, 경유(―10.3%)와 액화석유가스(LPG·―9.5%) 차량은 오히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 전기차의 인기가 늘어난 데는 경기 불황 가운데서도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구입해 싼 유지비로 굴릴 수 있는 ‘경제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고 전기차는 차량 배터리를 100% 활용할 수 없는 단점 탓에 내연기관 차량보다 통상 중고차 가격 하락 폭이 크다. 업계에서는 신차 대비 5년이 지나면 중고 전기차의 감가율이 약 5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의 감가율은 35% 안팎이다.

하지만 최근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단점이 상쇄됐다는 평가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특히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들이 늘어난 점도 중고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수명이 길어 오래 사용해도 상대적으로 배터리 용량 저하가 적은 편이다.

전기차의 제조사 보증 기간이 내연기관차보다 긴 것도 전기차 중고 거래 증가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내연기관차는 보증 기간이 통상 5년인 데 비해 전기차는 8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를 중고로 구매할 때 고민이 될 수 있는 배터리 문제는 8년 보증으로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고 전기차 판매 증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민구 케이카 수석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7∼12월) 들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소진된 지역에서는 신차 구입의 장점이 줄어 중고 전기차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따르면 광주와 경기 의정부·부천·평택시 등은 예산 소진으로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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