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는 세정력이 뛰어나 친환경 세제의 원료로 적합하지만 수입 원료라 비쌉니다. 오렌지 대신 제주산 파치귤로 친환경 세제를 만들면 농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친환경 생활용품 브랜드 ‘코코리 제주’를 운영하는 양홍석 대표(46·사진)는 제주산 파치귤을 원료로 천연 세제, 손세정제 등 생활용품을 생산한다. 파치귤은 크기나 모양이 판매에 적합하지 않은 ‘못난이 귤’을 말한다. 제주 감귤농가의 골칫거리였던 못난이 귤은 양 대표가 운영하는 제주클린산업을 통해 친환경 생활용품의 원료로 재탄생했다. 2016년부터 고향인 제주시에서 사회적기업 제주클린산업을 운영 중인 양 대표와 전화 인터뷰로 환경 및 지역 상생과 연계한 ‘코코리 제주’의 브랜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 대표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경남 양산시 세제 제조 회사에서 일하다 창업을 결심했다. 제품이 친환경 세제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검수하는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비싸고 물량 확보가 불안정한 오렌지 대신 고향 제주의 파치귤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코코리’는 제주 방언으로 ‘깨끗하게’라는 뜻”이라며 “청정지역 제주의 좋은 원료로 깨끗한 생활용품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브랜드 이름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2018년부터 제주 농가와 계약을 맺어 파치귤을 공급받고 있다. 계약 농가가 파치귤을 모아 놓으면 약속한 날짜에 직접 파치귤을 수거한다. 기업은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할 수 있고 농가는 파치귤로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양 대표는 “제주 감귤이 매년 약 40만t 이상 생산되는데 이 중 15~20%가 파치귤로 분류돼 가공용으로만 쓰이거나 버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치귤 판매 가격은 1kg당 300원에 불과해 상품용 귤의 10분의 1 수준이라 농가에게는 큰 손해”라고 덧붙였다.
감귤 농가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어 계약 농가 수가 점차 늘었다. 초기 10~15개였던 계약 농가수는 40~50곳으로 늘었고, 처음에 1t 가량에 불과했던 파치귤 수거량은 180~200t으로 증가했다.
수거한 파치귤은 세척 과정을 거쳐 통째로 착즙된다. 감귤을 착즙하고 남은 찌꺼기 감귤박에 고압·고온을 가하면 천연 향료, 색소, 오일 등이 추출되는데 이 성분이 코코리제주의 천연 세제, 손제정제 등에 들어가는 천연 원료다.
코코리제주는 제품 포장용기와 포장재 등에 친환경 원료를 사용했다. 제품 용기는 폐플라스틱을 분쇄 후 재활용한 ‘PCR(Post-Consumer Recycled material)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제품 포장도 재활용 종이를 사용했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추출하고 남은 찌거기를 재활용한 종이다. 용기에 부착된 라벨은 흔적 없이 잘 떼어지는 리무버블 스티커를 사용해 소비자가 페트병 재활용 및 분리 배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클린산업의 환경 보호 노력이 알려지면서 여러 기업에 제품 공급 계약을 맺을 기회도 찾아왔다. 2023년 대한항공에 이어 올해 초 진에어와 코코리제주 손세정제 공급 계약을 맺었다. 양 대표는 “수입산 손세정제를 사용하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국내 친환경 손세정제 업체를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비즈니스석과 진에어 비즈니스석 및 이코노미석 등에 코코리제주 손세정제가 비치돼있다.
설립 초기 매출은 연간 1~2억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약 12억 원으로 증가해 양 대표는 올해부터 식품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젤라틴, 잔탄검 등 첨가물 대신 우뭇가사리 등 천연 유래 원료를 사용한 건강 간식 ‘코코리 샤벳젤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양 대표는 “앞으로는 유기농, 친환경 인증 감귤을 사용한 식품 및 화장품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행복나래 본부장은 “코코리제주는 환경과 지역 상생 두 가치를 동시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며 “사회문제 해결, 지속 가능성을 함께 추구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행복나래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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