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현대미포 합병 선언…‘마스가’ 대비 몸집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7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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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출발
최대실적 현대중, 설비-인력 날개 달아
군함-쇄빙선 등 특수선 시장 공략 가속화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가 27일 이사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안건을 결정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위)·HD현대미포(아래)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가 27일 이사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안건을 결정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위)·HD현대미포(아래)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하는 미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위해 국내 최대 조선 기업인 HD현대그룹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병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7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사업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 최대 조선소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병하며 조선업 사업재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10년간 군함 시장 규모 502조 원”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개최하고 양사 간 합병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양사는 향후 임시 주주총회 및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올해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HD현대그룹은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양적‧질적 대형화를 노린다. 양사 합병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해 군함, 쇄빙선 같은 특수선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양사가 보유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주요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역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국 내 1, 2위 대형 조선사 간 합병을 최근 완료했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의 출범도 수주량 글로벌 1위인인 HD현대중공업이 HD현대미포와의 합병으로 몸집을 키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선업계에선 특히 이번 합병으로 HD현대그룹이 방산 분야에서 사업경쟁력을 대폭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보유하고 있고 HD현대미포는 함정 건조에 적합한 크기의 도크와 설비 및 인적 자원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영국의 군사 전문지 ‘제인스’(Janes)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글로벌 함정 신규 계약 시장 규모는 총 2100여 척으로, 금액으로 보면 약 3600억 달러(약 502조77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방산 분야에서 오는 2035년까지 연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세웠다.

또한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북극권 개발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쇄빙선 등 특수목적선 시장에서 양사가 보유한 다양한 실적을 통합, 이 분야 시장 진입 기회를 확대하고 점유율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HD한국조선해양은 통합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조선 부문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투자법인도 설립한다. 싱가포르에 설립되는 이 법인은 올해 12월 설립 예정으로, HD현대베트남조선과 HD현대중공업필리핀, HD현대비나(가칭) 등 해외 생산거점을 관리하면서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 등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에서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는 2개로 향후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적다는 판단이 나왔다. 반면 HD현대미포의 도크 사이즈는 군함 건조에 최적화한 것으로 평가받아 양사의 합병은 향후 미국 군함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으로 보인다”고 했다.

HD현대그룹은 HD현대미포의 주주들에게 존속회사인 HD현대중공업 신주를 발행한다. 합병 비율에 따라 HD현대미포 보통주 1주당 HD현대중공업 보통주 0.4059146주가 배정된다.

●韓 조선, 투자·합병하며 미 군함 시장 ‘진격’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 시찰을 한 뒤 방명록에 서명 후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현장 시찰을 한 뒤 방명록에 서명 후 박수를 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HD현대중공업 외에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미 군함 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조선업 협력을 위해 국내 조선사들이 미 군함 시장 현대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화오션은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기간 방문한 필리조선소에 약 7조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약 1척 수준의 건조 능력을 20척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화필리조선소는 지난해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각각 40%, 60% 지분으로 총 1억 달러를 투자해 인수한 미국 현지 조선소다. 한국 조선업체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미 군함 시장 진출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삼성중공업 역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마수걸이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비거 마린 그룹과 미 해군의 지원함의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이 미 조선업 재건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추가적인 협력 파트너 조선소 확보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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