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7∼12월)가 시작되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가상자산 비축’을 주업으로 삼는 기업들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하반기 중 상장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허용되면 가상자산 비축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이더리움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인 비트마인(171만 개)의 주가는 올해 6월 상장 이후에 524.4% 상승했다. 비트마인은 6월 5일 미국 중소형주 위주 시장인 ‘아메리칸 뉴욕거래소’에 공모가 8달러(약 1만1200원)에 상장했다. 26일(현지 시간) 종가는 49.95달러(약 7만 원)로 급상승했다. 세계 기업 중 두 번째로 이더리움을 많이 보유한 샤프링크(79만 개)는 올해 주가가 159.4%, 세 번째로 많은 코인베이스(13만 개)는 24.2% 상승했다. 비트코인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인 스트래티지(63만 개)는 잦은 유상 증자에도 올해 주가가 21.3% 상승했다.
암호화폐 비축기업(CTC)의 주가가 폭등한 것은 최근 가상자산이 고공행진한 덕이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4일에 사상 최고점인 개당 12만4457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도 25일 사상 최고치인 개당 4953달러를 찍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 친화 정책을 펴고, 다음 달 미국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가상자산 시장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CTC 기업들은 유상증자로 자금을 확보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상자산 보유 개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미국 암호화폐 컨설팅사인 아키텍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상장된 CTC 중 가상자산 추가 매집에 나선 곳은 올해 1∼8월 154개사로, 모집액은 984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한 해 동안 CTC 10곳이 336억 달러어치를 조달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매집이 훨씬 활발하다. CTC들은 가상자산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며 추가 매집에 나섰고 이러한 움직임이 다시 가상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조만간 CTC 기업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했던 금융위원회가 방침을 바꿔 금융회사가 아닌 상장사에도 암호화폐 투자를 연내에 시범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상황이 바뀌자 국내 개미투자자들은 CTC 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1∼26일 비트마인의 주식 2억272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전체 해외 주식 중 두 번째로 순매수액이 많았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들은 6월 1일∼8월 26일 약 2만 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일본 기업인 메타플래닛 주식을 1173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기간 일학개미들이 투자한 일본 주식 중 순매수 규모가 가장 크다.
다만 기대감만 갖고 CTC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가상자산 상승장인 요즘에도 비트마인 주가는 22일(현지 시간) 12.1% 뛰었다가 25일에는 7.3% 급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보유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을 내기 어렵다”며 “가상자산 상승세가 꺾이면 주가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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