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처벌 ‘솜방망이’…유죄 86%가 집유, 일반사건의 2.3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8일 1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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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사망해도 벌금 7000만원대 그쳐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뉴스1
사업장 중대사고가 발생 시 안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영자에게 형사처벌을 내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3년을 맞은 가운데 집행유예 판결 비율이 일반 사건의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죄 비율이 높고 벌금 액수는 적은 편이어서 “솜방망이 처벌로는 법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대재해처벌 등의 관한 법률의 입법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노동부로부터 넘겨받은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276건 중 121건을 기소했다. 이 중 1심 판결이 나온 56명 가운데 6명은 무죄, 50명은 유죄였다. 무죄 비율 10.7%로 일반 형사사건(3.1%)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유죄 판단을 받은 1심 사건 중 집행유예 판결은 42건(85.7%)에 이른다. 일반 사건의 집행유예 비율(36.5%)보다 2.3배 높다.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 부과된 벌금은 평균 1억1140만 원이었다. 20억원의 벌금이 선고된 이례적인 사건을 제외하면 벌금은 평균 7280만 원에 불과했다.

수사 속도도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사 대상 사건의 73%(917건)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 초과 처리 비율은 고용노동부 수사 사건의 경우 50%, 검찰은 56.8%였다.

중대재해법 입법 취지였던 산업재해 감소의 효과도 크지 않았다. 산재 사망자는 2022년 2223명, 2023년 2016명, 지난해 2098명 등 매년 2000명을 웃돌았다. 재해자 수는 2023년 13만6796명, 지난해 14만2771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입법조사처는 “5인 이상 49인 이하의 사업장에서는 사망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법률적 효력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그 효과를 정밀 분석해 볼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올해 7월 24일까지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건수 2986건 중 사업주 법 위반 사실이 아니어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를 제외한 1252건을 전수조사했다. 이관후 입법조사처 처장은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크게 다치거나 죽어도 평균 벌금이 7000만 원대라는 현실은 법의 입법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에 대단히 미흡하다”며 “또 사건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검찰, 경찰, 고용부가 협업하는 ‘중대재해법 합동수사단’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대사고#중대재해처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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