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범에 속아 송금해도…은행서 배상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8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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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지시 1주일만에…정부 특단대책 마련
금융회사, 고의-과실 없어도 피해액 일부나 전부 배상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8.28 (서울=뉴스1)
이르면 연내에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피해액의 일부나 전부를 배상받게 된다. 이번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지 두 달 만에 발표됐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연내에 이 대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사 고의·과실 없어도 보이스피싱 배상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8.28 (서울=뉴스1)
28일 금융위원회는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 금융권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5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보이스피싱 등을 두고 “사람을 살리는 금융 정책 방향을 강구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먼저 보이스피싱 피해액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금융회사에 ‘무과실 배상책임’을 도입하기로 했다. 무과실 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금융회사가 비록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보이스피싱 피해를 배상하게 된다. 허위 신고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수사당국과 피해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방안도 같이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이런 내용을 담아 이르면 연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도입 배경에 대해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며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등 고도의 전문성과 인프라를 갖춘 금융회사들이 책임을 분담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이외에도 금융사에 보이스피싱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성 있는 인력 배치를 의무화한다. 금융감독원이 피해가 집중된 금융사의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을 평가하고 개선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이번 대책에 당혹감을 드러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근절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보험 사기처럼 은행으로부터 배상금을 뜯어내기 위한 허위 신고를 어떻게 막을지가 납득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로 해외에 근거지를 둔 사기 일당을 잡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은행 돈만 유출되는 게 아니냐”고 했다.

금융당국은 배상 요건·한도·절차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은행과 카드, 보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업권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정한다는 방침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지금정지 등 권한

금융위는 이르면 오는 10월 중 실시간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인공지능(AI) 플랫폼’도 발표한다. 전 금융회사·통신사·수사기관 등이 보유한 정보를 한데 모은 뒤 AI 패턴 분석을 통해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하기 전 의심 계좌를 알아내 지급 정지까지 이뤄지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코인 등 가상자산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가로채는 수법에 대해서도 대책이 마련됐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금융회사와 달리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 탐지·지급 정지 등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도 거래목적 확인, 지급 정지, 피해금 환급 등이 이뤄지도록 개정 입법이 추진된다.

아울러 오픈뱅킹을 악용한 보이스피싱 피해자금 이체를 방지하기 위한 ‘오픈뱅킹 안심차단 서비스’도 구축할 방침이다. 진화하는 범죄수법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부처가 협업해 홍보도 강화한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현장 전문가와 협업해 신규 과제를 발굴하겠다”며 “보이스피싱 피해자, 현장 실무자들이 제도 개선 의견 등을 수렴하는 ‘현장 공모전’도 하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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