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 기업,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 러시…“실사용처 확보 중요”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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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IT 기업뿐 아니라 시중은행까지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페이, 업비트,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는 물론, KB,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도 관련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며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통화 주권 방어 기능을 넘어, 실제 활용 사례를 갖춘 글로벌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통화 주권 수단에서 글로벌 금융 수단으로
그간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의 달러 스테이블코인(USDT, USDC 등) 확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실생활에도 사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통화 정책 운용을 위한 대항마로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이 언급된 바 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유통돼 통화 주권 수단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실사용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은 국경을 넘는 데 유리한 구조를 가지는 만큼, 내수 중심이 아닌 글로벌 사용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류혁선 카이스트 교수는 “단순 발행에 그치지 않고, 실수요 창출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며 “플랫폼, 콘텐츠, 경제력 등 한국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송금·디지털 콘텐츠 결제 등 실사용 사례 주목
업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처 확대를 위해 해외 송금, 온라인 결제, 콘텐츠 구매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해외 노동자가 한국 기업에서 급여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받거나, 케이팝 콘서트, 웹툰 등 콘텐츠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면 팬덤 기반의 실사용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스인사이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글로벌 급여 지급은 개발도상국 프리랜서들의 노동 시장 접근성 향상과 수수료 절감에 기여한다”며 “동시에 기업 차원의 자금 관리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이 수익을 달러로 지급하는데 이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한다면 미국 외 지역에서도 점차 익숙해질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전 세계 사용자에게 노출이 늘어나고 사용도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도 설계 시 다양한 주체 참여 필요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 마련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업계는 발행 주체를 은행 등 전통 금융기관으로 한정하지 않고 기술 기업과 다양한 산업 주체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병규 네이버페이 혁신성장지원실 이사는 “특정 업종 중심의 폐쇄적 구조가 아닌, 다양한 기술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경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유통과 관련한 법안(GENIUS Act)을 도입하며 디지털 달러의 제도권 안착을 추진 중이다. 남미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인플레이션 등 경제 불안정으로 인해 USDT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화폐보다 더 신뢰받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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