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장비 반입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에 진출해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1일 미국 연방관보 및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내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경우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관보 게시일(29일)로부터 120일 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으로 중국 내 공장에 장비를 반입할 때마다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 2022년 당시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건별로 허가를 받는 규정을 도입했다.
다만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자격이 있는 기업들은 미국의 별도 허가 없이 미국산 장비를 중국으로 들여올 수 있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VEU 자격을 갖고 있어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중국 공장에 공급했지만, 이번에 미국 정부가 VEU 명단에서 양사를 제외하면서 이제는 장비 반입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 규제로 양사가 장비 도입 지연 뿐 아니라, 첨단 공정 전환과 기술 업그레이드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과 충칭에 패키징공장을, 다롄에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각각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 생산의 40%,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 공장에서 D램과 낸드를 각각 40%, 20% 생산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대부분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데, 최근 중국 내에서도 첨단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첨단 장비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었다.
만약 이번 장비 반입 규제로 첨단 공정 전환이 어려워질 경우, 중국 공장은 구형 메모리 생산기지에 머물게 되면서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액은 28조79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도 7조3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는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최적의 시간을 들여 기술 업그레이드를 하려 할 것”이라며 “다만 중국 공장의 생산 효율성 및 수익성은 일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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