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형마트 삼국지… 홈플러스 줄폐점에 양강 경쟁 격화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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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 홈플러스, 임대료 협상 실패
내년 5월까지 15개 점포 줄줄이 폐점
이마트-롯데마트는 수도권 점포 늘려
“대형마트 양강 체제로 재편 가속화”

기업회생 절차(법정 관리)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11월 임대료 협상에 실패한 5개 점포를 폐점한다. 서울 가양점을 포함한 10개 점포도 내년 5월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강동 등 핵심 상권에 새 점포를 냈다. 쿠팡, 네이버쇼핑 등 온라인커머스 대약진으로 대형마트가 위기에 빠졌지만 홈플러스 공백이 만들어 낸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공고했던 ‘대형마트 삼국지’가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11월 16일 수원 원천점과 대구 동촌점, 부산 장림점, 울산북구점, 인천 계산점 등 5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 현재 해당 점포의 직영 직원 468명에 대해서는 전환 배치 면담을 진행 중이다. 이어 내년 5월까지 서울 시흥점, 가양점, 일산점, 안산고잔점, 화성동탄점, 천안신방점, 대전 문화점, 전주완산점, 부산 감만점, 울산남구점 등 10개 점포도 순차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폐점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 개시 이후 전체 126개 점포 중 임차 형태로 운영되는 68곳을 대상으로 임대료 인하 협상을 벌여 왔다. 하지만 협의가 진전되지 않자 이 중 15개 점포를 내년까지 순차 폐점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폐점 대상 점포에서만 연간 700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영업손실도 800억 원에 이른다”며 “임대료 조정 없이는 손익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2020년 이후 적자가 이어지면서 점포 수를 꾸준히 줄여 왔다. 2020년 93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2021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매년 1300억∼260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점포 수도 2020년 140개에서 2023년 131개, 올해는 123개로 감소했다. 이번 조치로 15개 점포가 문을 닫고, 임대료 조정과 무관하게 앞서 폐점이 결정된 9개 점포까지 폐점하면 2027년까지 홈플러스 점포 수는 102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올해 출점을 늘리며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에만 서울 강서구에 트레이더스 마곡점, 강동구에 푸드마켓 고덕점 등 2개 점포를 새로 열었다. 7월에는 동탄점을 18년 만에 재단장해 ‘스타필드 마켓 3호점’으로 선보였고, 이달 중에는 인천 남동구에 트레이더스 구월점도 개점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도 올해 1월 6년 만에 천호점을 개점한 데 이어 6월에는 경기 구리시에 그랑그로서리 구리점을 다시 열었다.

이마트 점포 수는 지난해 154개에서 올해 156개로 늘었고, 하반기에는 157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2019년 125개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던 롯데마트도 지난해 110개에서 올해 112개로 늘어났다.

홈플러스는 대규모 할인 행사를 이어 가며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자구 노력만으로는 회사 정상화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6월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승인받았지만 인수 희망자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 폐점이 가속화되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중심으로 대형마트 질서 재편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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