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에이팜쇼 농협홍보관에서 쌀 서포터즈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aT센터에서 전국 최대 규모 농업 박람회 ‘에이팜쇼’ 가 열렸다. 행사장 입구를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단체복을 입은 청년들의 활기찬 움직임이었다.
행사장 초입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곳곳을 오가며 안내판을 설치하거나 홍보물을 나누어 주는 모습은 또래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로 ‘쌀 서포터즈’다. 농협이 올해 처음 도입한 청년 홍보단으로 단순히 농협 브랜드 홍보를 넘어 쌀의 가치를 다시 알리겠다는 사명감을 품은 청년들이다.
이날 쌀 서포터즈는 박람회장 2층 농협홍보관 7개 부스를 돌며 스탬프를 찍어가는 ‘라이스 스탬프 투어’를 운영했다. 관람객은 각 부스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쌀 가공식품, 영양제, 쌀빵 등을 체험한 뒤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스탬프 5개를 모으면 소정의 선물이 제공됐다. 부스 앞에는 줄이 늘어섰고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는 가족 단위 관람객도 많았다.
에이팜쇼 농협홍보관에서 쌀 서포터즈가 행사를 진행 중이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MZ세대가 전하는 아침밥의 힘…쌀 소비촉진 서포터즈의 도전
대표 활동은 ‘라이스 모닝 챌린지’다. 가족과 지인을 지목해 아침밥을 먹고 SNS에 인증을 올리는 릴레이 캠페인으로 전체 참여 건수는 쌀 기부로 연결된다. 1만 끼의 아침밥 인증은 1000kg, 약 300만 원 상당의 쌀 기부로 이어진다. 친근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아침밥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특징이다.
챌린지 참여자는 필수 해시태그 #라이스모닝챌린지 를 사용해야 하며 최소 15회 이상 참여해야 활동 수료로 인정된다. 참여와 지목 실적을 합산해 우수자를 선정하고 매달 1등에게는 10만 원, 2~3등에게는 5만 원 상당의 농산물 기프트카드가 주어진다.
SNS 활동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6월에는 경기 화성의 포도 농가에서 순따기와 봉지 씌우기를 도왔고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열린 ‘쌀의 날’ 행사에서는 뻥튀기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지난달 24일 프로야구 NC다이노스 경기장에서는 쌀 가공식품을 나누어 주며 2만 명의 관중에게 쌀 소비 메시지를 전했다.
농협 관계자는 “서포터즈는 단순히 홍보 모델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직접 쌀의 가치를 알리고 농촌 현장까지 발로 뛰는 활동을 한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쌀 소비 캠페인을 장기적으로 확대해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귀농·창농에서 스마트농업까지… 농업의 미래를 한눈에
이번 박람회에서 농협 부스는 단연 눈에 띄었다. 1층에서는 귀농·귀촌 지원과 청년 농업인 정착 프로그램, ESG 활동 사례가 소개됐다. 청년 농부들이 직접 부스를 지켜 관람객에게 본인의 상품을 설명하거나 시식 코너를 운영했다. 2층은 전국 7개 지역 농협이 특산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경북 사과, 전남 쌀, 제주 감귤, 나주 배 등 지역별 농산물이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
지난달 29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에이팜쇼 농협홍보관을 방문해 둘러보고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첫날 현장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강 회장은 직접 감귤과 배를 시식하며 “국산 농산물은 맛과 품질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 농부들의 설명을 경청하고, 서포터즈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서포터즈 박영우 군은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어 직접 서포터즈 활동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아침밥을 거르는 또래가 많다 보니 처음에는 쌀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됐다”면서 “SNS 챌린지와 현장 체험을 통해 쌀을 재미있게 접하게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포터즈 활동은 오는 11월 ‘K-라이스페스타’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9월에는 복지관 봉사, 10월에는 푸드위크 참여도 계획돼 있다. SNS, 현장 행사, 농촌 봉사까지 아우르는 일정이다.
농협은 이번 프로그램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 홍보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청년층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쌀 소비 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고 나아가 농업의 가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6명에서 올해 50명으로 규모를 늘린 ‘쌀 소비촉진 대학생 서포터즈’는 청년층의 목소리를 통해 농업 문제를 직접 알리고 해법을 모색하는 새로운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이 2025 에이팜쇼 농협홍보관을 방문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올해 에이팜쇼는 최신 농업 기술과 다양한 체험 콘텐츠가 어우러진 자리로 농업의 미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귀농·창농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길잡이가 되었고, 행사장을 찾은 가족들에게는 국산 농산물의 매력과 가치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줬다. 특히 농업 현장에 청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의미는 더욱 크다. 농업의 새로운 활력은 결국 청년의 참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켰고 중심에 농협 ‘쌀 서포터즈’가 있었다. 청년들이 시작한 작은 움직임이 쌀 소비 문화를 바꾸는 큰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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