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성동구 글로우 성수에 마련된 유튜버 ‘슈카월드’의 베이커리 팝업 스토어 ETF베이커리를 찾은 시민들이 990원에 판매되는 소금빵을 고르고 있다. 2025.09.02. 뉴시스
최근 경제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를 운영하는 유튜버 슈카(전석재)가 서울 성수동에서 연 ‘ETF 베이커리’ 팝업스토어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ETF베이커리는 치솟는 빵 값을 잡겠다며 소금빵 990원, 식빵 1990원이라는 파격가에 상품을 내놨다. 소비자들은 환호했지만 자영업자들은 “비싼 빵 파는 사람으로 몰렸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일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한국의 식빵(500g) 평균 가격은 2.98달러(약 4150원)로 조사 대상 124개국 가운데 11위를 차지했다. 식빵 가격이 가장 높은 국가는 아이슬란드로 4.26달러였고, 스위스(3.81달러)와 미국(3.65달러)이 뒤를 이었다. 상위 10개국은 모두 서양권 국가들이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 식빵 가격이 가장 높았다. 싱가포르가 21위(2.42달러), 홍콩 28위(2.26달러), 중국 43위(1.66달러) 순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1.51달러(약 2100원)로 54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식빵 가격이 일본보다 두 배로 비싼 수준이다.
일본 ‘팡메종’이란 빵집에서 시작되며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소금빵은 일본 현지에서 120엔(1135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한국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는 2600~2800원, 일반 베이커리에서는 3000원에서 4000원 후반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38.55로 기준 연도인 2020년(100) 대비 38.5%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공식품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4.1% 오른 동안 빵 가격은 6.4% 올랐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간식인 치킨이나 떡볶이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의 빵값이 비싼 이유를 제빵업자들의 ‘폭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인건비와 판매관리비, 치열한 시장 경쟁 구조가 빵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제과점은 대부분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동네 빵집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빵사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의뢰로 실시한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에 따르면 국내 빵 제조업체의 인건비 비중은 2022년 기준 28.7%로 식품제조업 평균(8.1%)의 세 배 수준을 넘는다. 국내 빵 제조 비용 중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50.1%로 제분(87.4%), 식용유지(82.9%), 면류(75.1%), 제당(75.0%), 커피 및 코코아(65.1%), 음료류(63.9%), 과자류(57.9%)에 비해 낮다.
치열한 경쟁 시장이라는 점도 빵 가격 인상에 한 몫을 한다. 빵이 주식인 유럽과 달리 한국에서는 디저트 성격이 강해 광고·홍보비 부담이 큰 편이다. 인구 대비 빵집 수도 많아 작은 동네 빵집조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
공정위는 보고서에서 일본과 한국 빵 시장을 비교하며 일본은 식사용 빵 수요가 높은 데 비해 한국은 디저트형 소비가 중심인 점도 가격 격차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다양성, 포장과 마케팅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일본은 내수 중심의 비교적 안정된 원재료 수급 체계를 갖고 있는 반면 한국은 밀, 설탕, 버터 등 주요 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슈카 팝업스토어가 저렴한 빵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고정 비용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슈카 베이커리는 산지 직송으로 원재료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복잡한 성형 공정을 줄이고 단순한 품목만 판매해 인건비를 최소화했다. 여기에 포장도 배제해 포장 단가를 없앴다. 이러한 방식은 포장이나 빵 외양까지 신경써야 하는 일반 판매자들이 도입하기엔 어려운 판매 구조다.
홍연아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제빵의 경우 프랜차이즈에서도 빵을 직접 굽는 제빵사들이 필요할 정도로 공정 자체가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며 “빵값은 특정 요인 하나보다 원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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