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불황에…5대은행 건설업 연체대출, 6개월새 2배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3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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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신축아파트 공사현장의 모습. 뉴스1
올해 건설 경기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치면서 최근 반년 사이 건설사들의 대출 부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당분간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건설·부동산 회사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경영 공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건설업종의 연체 대출액은 2302억 원으로 작년 말(1116억 원) 대비 106% 증가했다. 불과 반년 만에 연체 대출이 1200억 원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채무자의 원금, 이자 상환 시점이 대출 만기 시점보다 1개월 이상 늦었을 때 이를 연체 대출로 분류한다.

1년 전과 비교해도 연체 대출이 급격히 불어났다. 5대 은행의 지난해 6월 말 건설업 연체 대출은 1272억 원이었다. 1년간 약 81%가 뛰었다.

부동산 매매·임대·개발·관리 회사가 포함된 부동산업의 연체 대출액도 증가했다. 6월 말 5대 은행의 부동산업 연체 대출액은 6211억 원으로, 작년 말(5727억 원)보다 약 8.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전체 연체 대출액은 8조9952억 원에서 8조2806억 원으로 오히려 약 7.9% 줄었다. 건설·부동산 회사들의 재무 부실이 다른 업종에 비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건설·부동산 업체들의 연체 대출액이 당분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6·27 대출 규제로 잔금 결제가 어려워지며 미분양이 전반적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김창수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7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7000채 정도로 2022년 말(8000채) 대비 크게 확대됐다”며 “부동산 수요 둔화 추세, 고분양가 부담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미분양 위험이 계속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건설투자 부문의 성장률을 ―8.3%로 하향 조정했다. 앞선 5월 전망치(―6.1%)보다 2.2%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는 1997년 IMF 외환위기(―13.2%) 이후 최저치로 역대로 봐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 5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건설투자 증가율이 0%만 돼도 올해 성장률이 2.1%가 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라고 언급하며 “그만큼 한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건설 경기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고 있다는 얘기”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건설 경기 악화는 자본시장의 자금이 경색됐던 2022년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때부터 본격화됐다고 봐야 한다”며 “이후 기준금리 인상에 인건비·자재비 등 공사 원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건설 경기가 호전될 만한 뚜렷한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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