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당 5000억 ‘반도체 게임 체인저’
삼성전자 도입한 장비의 후속 모델
美, TSMC도 미국산 장비 中반입 제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첨단 기술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對中) 제재와 관세, 대미 투자 확대 등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전방위 압박하는 가운데 제품 경쟁력으로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한 대에 수천억 원에 달하는 첨단 장비를 도입하면서 기술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업계 최초로 양산용 하이(High) NA EUV 장비를 이천 M16 팹(공장)에 반입했다”고 3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1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대 초반 수준으로 양산하는 D램 메모리 반도체를 고도화하는 데 하이 NA EUV를 활용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새로운 장비 도입을 통해 차세대 메모리 개발 속도를 높여 제품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고 했다.
한 대당 5000억 원에 달하는 하이 NA EUV는 네덜란드 ASML에서 만드는 최첨단 노광(露光) 장비다.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인 초미세 회로를 그리는 데 사용돼 첨단 반도체의 ‘게임 체인저’라고 불린다.
SK하이닉스가 이날 반입했다고 발표한 하이 NA EUV의 모델명은 ‘EXE:5200B’다. 삼성전자가 앞서 도입한 ‘EXE:5000’의 후속 모델이다. ASML에 따르면 EUV 장비의 성능을 좌우하는 개구수(NA)는 모두 0.55NA로 동일하다. 다만 EXE:5200B가 전작보다 공정 효율성을 높여 대량 생산하는 데 용이하다.
하이 NA EUV는 현재 반도체 업계가 맞닥뜨린 기술적 난제를 넘을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D램 메모리는 현재 11∼12나노 수준인 1c세대가 최신 기술이고, 다음 세대인 10나노 이하로 넘어가는 단계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2나노 이하 공정을 두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10나노 이하 메모리, 2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을 구현하는 데 하이 NA EUV가 필수로 요구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3월 하이 NA EUV를 도입해 메모리 및 파운드리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c D램 개발을 마치고 차세대 공정을 준비하고 있다. 파운드리는 연내 2나노 양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로부터 22조8000억 원 규모의 2나노 칩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는 국내 기업들이 하이 NA EUV를 통해 초미세공정을 구현해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미국 인텔과 대만 TSMC도 하이 NA EUV를 도입해 최첨단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제재할 목적으로 한국, 대만 등에 대해서도 반도체 관련 제재를 늘리면서 국내 기업들로선 한국 내 생산 시설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TSMC의 중국 공장에 대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종료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반입할 때 건별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이미 지난달 29일 VEU 지위를 철회한 바 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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