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5년 7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107억 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27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흑자를 경신했다. 지난해 같은 달(90억 5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흑자 폭이 17억 3000만 달러 확대됐다. 사진은 4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평택=뉴스1
한국의 내년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올해보다 큰 폭으로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있었지만 내년에는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관세 타격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올해 평균 5.1%에서 내년에는 4.4%로 0.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비율 전망치는 7월 말 전망(4.8%)보다 상향 조정됐지만 내년 전망은 유지됐다.
글로벌 IB 8개사는 한국 경제가 올해 1.0%, 내년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7월과 동일했다. 경제 규모는 성장하는데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줄어든다는 건 수출 전망이 그만큼 밝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의 77%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100억 달러(약 153조 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내년 흑자 규모는 850억 달러로 예상했다. 흑자 규모가 250억 달러 줄어드는 셈이다. 올해와 내년 흑자 규모 격차는 올 5월 전망에서 100억 달러였는데 석 달 사이에 2.5배로 커졌다.
이 같은 전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달 7일부터 한국산 제품에 부과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대미 수출액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36%에 달하는데 이는 50개 대미 수출국 가운데 가장 높다. 고율(50%)의 품목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구리 비중은 7%로 5위, 아직 품목 관세율이 확정되지 않은 반도체 비중은 3%로 8위였다. 한은은 미국 관세 정책이 올해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0.45%포인트, 0.60%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관세 여파가 본격화하면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내년에 전망대로 1%대 후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내수를 살리는 대책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7억8000만 달러(약 15조 원)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 6월(142억7000만 달러)보다 줄었지만 7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5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1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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