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올드&]
안전성-품질-효능 기준 충족 못해
美환자 3명 저혈당으로 입원하기도
‘먹는 위고비’ 324억 판매… 檢송치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비만치료제가 인기를 끌면서 ‘비만치료제 위조품’도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일반 식품을 ‘먹는 위고비’라고 속여 판매한 일당이 적발된 바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의약청(EMA)과 유럽의약품안전관리기구연합(HMA)은 최근 발표한 경고문에서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티르제파타이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세마글루타이드) 등으로 광고되는 불법 의약품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제품은 주로 사기성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홍보를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안전성·품질·효능 측면에서 규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당국은 수백 개의 사기성 페이스북 계정과 웹사이트, 전자상거래 목록을 적발했으며, 일부는 유럽 외부 서버를 통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해외 파트너들과 협력해 일부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불법 제품을 회수했다.
위조 의약품 문제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된 대사 조절 치료제가 등장한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사이버보안 기업 브랜드실드(BrandShield)에 따르면 2022년 34곳이었던 위조 약품 판매 웹사이트는 2023년 250곳 이상으로 급증했다. 같은 해 미국에서는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비만치료제 오젬픽(Ozempic) 위조품을 사용한 환자 3명이 저혈당으로 입원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5일 “위조 약품은 FDA의 안전성 등 심사를 거치지 않아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환자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야 한다”고 공지했다. 검증되지 않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원료 의약품(API)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수입 경보를 발령한 미국은 위조품에 대한 유통 중단 경고장도 발부했다.
한국에서도 ‘먹는 위고비’라며 일반 식품을 마치 비만치료제인 것처럼 속여 판매한 업체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식약처는 일반 식품을 비만치료제로 속여 판매한 5개 업체 대표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를 동원, 과일·채소 가공품 등 단순 식품을 ‘비만 치료 효과’ ‘식욕 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한 달에 7kg 감량’ ‘초강력 식욕억제’ ‘먹는 위고비’ 등 광고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짜 다이어트 후기를 쓰게 한 것이다. 이 같은 수법으로 판매된 식품 규모는 2024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총 324억 원어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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