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케어’ ‘젠더리스’ 열풍에… 보톡스 시장, 2030까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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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올드&]
“노화전 미리 표정 주름 방지 차원”… 시술 대상 24%가 18∼34세 젊은층
35∼50세 47.9% 이어 2번째 비중, 남성 비율도 15%… 꾸준한 증가세
2034년, 보톡스 시장 30조원으로… 즉각효과-저내성형 등 제품 다양화

동아일보 DB
“아내를 따라 처음으로 보톡스를 맞아 봤는데 생각보다 만족도가 높습니다. 평소 고민이었던 미간 주름도 옅어져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맞을 의사도 있습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36세 남성 A 씨는 최근 생애 첫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시술을 받았다. 아내가 다니던 피부과에 남성들도 보툴리눔 톡신 시술을 위해 많이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툴리눔 톡신을 맞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A 씨는 “아직 나이도 젊고 피부과가 낯설어 몇 달 고민을 했는데, 최근 살이 빠지며 주름도 짙어지고 관리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찾게 됐다”고 했다.

● ‘젠더리스’ ‘얼리 케어’ 열풍이 키운 보톡스 시장

8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툴리눔 톡신을 찾는 고객층이 확대되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은 식중독균인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균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국소적으로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을 펴주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미국 애브비의 ‘보톡스’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2023년 79억 달러(약 11조 원)였던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2034년에는 216억 달러(약 30조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시장을 견인하는 것은 A 씨의 사례처럼 최근 유행하는 ‘젠더리스(genderless)’ 문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고 여러 화장품 브랜드에서 남성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며 미용이나 피부를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ISAPS)에 따르면 연간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술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약 12.3%에서 2023년 15%까지 높아졌다.

보툴리눔 톡신을 맞는 연령층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어린 나이부터 피부와 건강을 관리하는 ‘얼리 케어(early care)’가 유행하면서부터다. 기존에는 40, 50대가 주름을 펴기 위한 목적으로 보툴리눔 톡신을 주로 맞았지만 최근에는 20, 30대도 주름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사용한다. ISAPS가 분석한 보툴리눔 톡신 시술 연령대 비중을 살펴보면 35∼50세가 47.9%로 가장 높고 18∼34세가 24%로 그다음을 이었다. 51∼64세는 23.3%를 차지했다. 유희건 셀팅의원 원장은 “최근 보툴리눔 톡신을 맞으러 오는 환자들의 연령층이 다소 낮아지고 있다”며 “20, 30대에서도 노화가 진행되기 전에 미리 표정 주름을 방지하고자 맞기도 한다”고 했다.

● 즉각 효과·저내성형·장기 지속 등 차별점 모색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커지며 국내외 보툴리눔 톡신 개발 기업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휴젤,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 3사가 이른바 ‘빅3’로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으며 휴온스바이오파마, 파마리서치바이오, 종근당, 한국비엔씨, 종근당바이오, 제테마 등 다양한 기업들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허가받아 판매 중이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기업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툴리눔 톡신 개발 기업인 애브비, 입센, 멀츠를 포함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웅제약, 휴젤 등도 차별점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보이는 애브비는 즉각 효과가 나타나는 새로운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트레니보트 E’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주사를 맞고 8시간 내 효과가 나타나며 효능 지속 시간은 2, 3주 정도로 짧다. 회사는 효과가 오래 지속됨으로써 나타나는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싫은 고객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애브비는 올해 4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트레니보트 E에 대한 신약 허가를 신청한 상황이다.

멀츠의 경우 글로벌 기업 중 유일하게 저내성형 톡신인 ‘제오민’을 보유하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이 ‘내성’인데 이 문제를 최소화한 제품이라는 설명이다. 유 원장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생산할 때 우리 몸에서 ‘남’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단백질(항원)을 잘 정제한 제품이 내성이 적다”며 “정제가 잘 안된 제품을 너무 자주 과용량으로 주입하면 몸에서 이를 공격하는 항체를 만들어 효과가 듣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이 장기 지속형으로 제품을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사업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통해 고용량 제품에 대한 임상을 진행해 6개월간 효과가 장기 지속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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