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무선 업데이트… 현대차 ‘바퀴달린 스마트폰’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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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박차
자율주행-OTT-게임 등 콘텐츠, 미래 자동차 경쟁 핵심 떠올라
테슬라와 달리 개방형 생태계… 2028년 완전한 SDV 양산체계

3일 경기 성남시 현대자동차그룹 소프트웨어드림센터에서 안형기 현대차·기아 전자개발센터&AVP전략사업부 전무(왼쪽)와 정원국 포티투닷 OS부문 사업부장이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공
“오래된 스마트폰도 최신 운영체제(OS)로 업데이트되듯이 10년 된 자동차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최신 기능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자동차가 진짜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되는 겁니다.”

3일 경기 성남시 현대자동차그룹 소프트웨어드림센터에서 만난 안형기 현대차·기아 전자개발센터&AVP전략사업부 전무(49)가 제시한 자동차 산업의 미래상이다. 구매 후에도 무선 업데이트(OTA)로 새로운 차량 기능이 계속 추가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시대가 열린다는 얘기다.

이미 테슬라가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OTA만으로 자동 주차와 완전자율주행(FSD) 기능을 추가하며 업계에 충격을 준 것이다. 이후 BMW, 벤츠 등 완성차 업체들도 구독형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며 SDV는 포스트 전기차 시대를 주도할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에서도 안 전무가 속한 현대차·기아 AVP본부와 포티투닷이 손을 잡고 SDV 전환에 나섰다. 현대차의 SDV 전환을 담당하는 핵심 인사들을 본보가 처음으로 인터뷰했다.

● “SDV는 그릇, 콘텐츠가 경쟁력 결정”

현대자동차·기아는 E&E(Electrical&Electronic·전자전기)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차량을 통해 차량이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업데이트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SDV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정원국 포티투닷 OS부문 사업부장(45)은 SDV의 핵심을 ‘그릇’에 비유해 설명했다. “SDV는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는 그릇과 같습니다. 그릇을 얼마나 탄탄하고 크게 만드느냐에 따라 5∼10년 후 자동차 회사 간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가 말한 그릇에 담기는 ‘콘텐츠’는 자율주행,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다. 미래 자동차의 경쟁력은 하드웨어가 아닌 이런 콘텐츠에서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변화의 핵심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다. 예전에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문자·메모·녹음 같은 기능까지 직접 만들어 탑재했다면, 지금은 제조사가 운영체제는 표준화하되 다양한 앱들이 외부 개발자를 통해 공급되는 것처럼 말이다.

SDV 구현을 위해 현대차그룹은 차량 구조부터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 과거에는 각 부분마다 별도 설치된 제어기가 개별적으로 해당 부분을 제어했지만 SDV는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HPVC)가 차량 전체를 통합해 제어한다. HPVC가 ‘종합 명령’을 내리면 구역 제어기인 ‘존 컨트롤러’가 그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 테슬라와 정반대 길… 개방형 생태계 구축

SDV의 경쟁력을 결정할 콘텐츠를 만드는 접근 방식에서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테슬라가 모든 것을 직접 개발하는 폐쇄형을 택했지만, 현대차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안 전무는 “당시 테슬라는 신생 기업이라 기존 협력사들이 적은 물량의 부품 공급을 꺼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현대차는 기존 5000여 협력사를 SDV 전환의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접근은 협력사들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 마력서 프로세싱 파워로 전환”
‘바퀴 달린 스마트폰’ 가속
기존에는 하드웨어 중심의 부품 공급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미 삼성전자, 네이버, 쏘카, 우버, 유니티 등 주요 파트너사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SDV 로드맵의 첫 단계로 내년 2분기(4∼6월) 신차부터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를 적용한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AOS) 기반으로 개발된 이 시스템은 앱 마켓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큰 변화는 2028년에 예정돼 있다. 이때 완전한 SDV 체계를 갖춘 양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공개될 SDV 콘셉트카 ‘페이스카’는 이런 미래 비전을 미리 보여주는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업부장은 “자동차 산업이 마력에서 프로세싱 파워로 전환되는 시대”라며 “스마트폰 전환기에 노키아가 사라지고 애플이 부상했듯, SDV라는 코너에서 현대차가 도약할 기회”라고 말했다. 안 전무는 SDV 전환기를 이렇게 정의했다.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로 자동차 산업 전체를 전환하는 개념입니다. 단순한 기술 전환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대전환이죠. 실패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중대한 변곡점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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