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 최대 투자국인데 전문직 비자는 인도가 66배 더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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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장 한국인 구금]
“美 투자 늘려도 역차별” 목소리
‘투자사 직원’ 비자도 日의 절반… 대미 직접투자는 日 2배 수준
업계 “이번 문제된 B1 비자라도 단속 위험 없이 일하게 해달라”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셀 공장의 한국인 억류 사태 이후 미국의 비자 발급이 한국에 유독 불리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2023년부터 미국의 최대 직접투자 국가가 됐지만 막상 한국인들의 미국 활동에 따르는 제약은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 일본, 인도에 뒤지는 비자 발급

9일 동아일보가 미국 국무부 국가별 비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인이 투자사 직원(E2), 전문직(H1B), 일반 주재원(L1)으로 발급받은 비자는 총 1만2063건으로 전체 발급 건수(34만6782건)의 3%에 불과했다.

이는 E2 비자는 일본이, H1B 및 L1 비자는 인도가 쓸어갔기 때문이다. 일본인이 E2로 받은 비자는 1만5521건으로 한국인의 2배 이상이었다. E2 전체(5만5324건)의 28%를 차지했다. 인도인은 H1B에서 전체 21만9659건 중 69%인 15만647건을, L1에서 7만1799건 중 26%인 1만8578건을 발급받았다. E2, H1B, L1 등 세 가지 비자를 합치면 인도가 한국의 14배 규모다. 이는 일본이 미국의 핵심 외국인직접투자(FDI)국이고 인도인 고학력 인재들이 실리콘밸리 등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 인도와 비교해 미국에 직접 부지를 매입해 공장, 사업장을 설치하는 ‘그린필드’ 투자에서 가장 적극적인 국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약정 기준 2023년 미국에 대한 국가별 투자액 가운데 한국이 215억 달러(약 29조8000억 원)로 최대였다. 이는 일본의 약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미국 내 제조 인프라 확충을 돕고 있지만 정작 비자 발급은 여기에 상응하는 수준이 아니라는 게 한국 산업계의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이 더 큰 규모로 대미 투자를 늘리는 상황을 미국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대미 투자가 미국 내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그린필드 투자에 집중된 만큼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기업들 “B1 비자라도 단속 위험 없이 일하게 해 달라”

한국인들이 미국 비자 발급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올 5월까지 주한 미국대사관이 발급한 E2 비자 발급 건수를 조사한 결과 전체 2019건에 그쳤다.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3177건) 대비 36.5% 줄어든 것이다. 무역협회는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한국의 대미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관리자급 엔지니어 파견 수요가 늘고 있지만 합법적 비자 발급의 구조적 한계에 따라 인력 이동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이 비자 심사를 최근 들어 부쩍 강화하면서 체류 목적과 지역을 따진 뒤 한국인의 입국을 거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 당국은 지난해 말 ESTA 비자로 조지아에 입국한 한국인의 여행 지역이 한국 기업 공장 소재지라는 점에서 그를 취업 목적으로 판단해 본국으로 송환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이 깐깐해지자 대미 투자기업들은 이번 조지아주 단속 사태와 관련해 비즈니스 목적 방문(B1) 비자 활용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8일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간담회에서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된 한국인 300여 명 중 상당수는 B1 비자를 가지고 있었지만 체포됐다.

B1 비자 소지자가 육체 노동을 하는 것은 금지됐지만, 현지에서 직원을 교육하거나 장비를 설치하는 업무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실제 미 국무부 외교업무매뉴얼(FAM)에서는 B1 비자를 받을 시 해외 장비를 미국에서 설치·시운전하거나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인이 지난해 B1·B2 비자를 발급받은 건수는 1만5495건으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미국에 투자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지의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B1 비자만이라도 단속될 위험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미 당국과 협의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비자#대미 투자#비자 발급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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