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까지 특허청이 적발한 ‘짝퉁(위조 상품)’ 장신구 규모가 정품 가액 기준 3000억 원을 넘어섰다. 전체 위조상품 적발액의 90% 이상을 반클리프아펠과 까르띠에 등 명품 주얼리가 차지했다.
10일 특허청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위조상품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25년 1∼7월 적발된 위조상품 규모는 4061억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역대 최대 규모다.
적발된 위조상품 중 장신구가 3762억60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가방(129억4000만 원), 시계(94억4000만 원), 의류(22억7000만 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장신구는 올해 처음으로 품목별 위조상품 적발 현황과 적발 금액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적발액은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던 2022년(124억8000만 원) 대비 30배 넘게 급증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압수 가액 1위는 의류, 가방, 화장품이 주를 이뤘으나 올해 들어 장신구가 압수량과 적발액 모두 가장 많았다.
브랜드별 쏠림도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1∼6월) 적발액에서 반클리프아펠이 1838억6000만 원, 까르띠에가 1423억8000만 원으로 두 브랜드 합계(3262억4000만 원)가 전체 적발액의 80%가량을 차지했다. 디올, 샤넬, 에르메스를 포함한 상위 5개 브랜드 합계는 3804억 원으로 전체의 93%에 달한다. 위조 시장이 하이주얼리 브랜드에 집중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불황 속에서 럭셔리(명품) 소비 트렌드가 가방에서 주얼리·시계로 옮겨간 점이 위조상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불황 속에서도 ‘투자 가치’와 ‘상징성’을 따지며 주얼리·시계를 선호하자 위조업자들도 수요가 몰리는 품목을 집중적으로 모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위조상품들이 빠르게 확산되는 통로다.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뿐만 아니라 틱톡·유튜브 라이브 방송(실시간 방송)을 통해 가품 판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신고하더라도 라이브 방송을 종료하고 다시 새로운 방송을 하는 식으로 손쉽게 도주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국소비자원 집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2월까지 주요 온라인 플랫폼의 가품 관련 상담은 15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유통업계와 협의해 상습 판매자 계정 퇴출, 상품 등록 제한 등의 방안을 논의 중이다. 롯데온은 외국인 판매자를 중심으로 가품 판매가 늘자 10월부터 패션·잡화·명품 등 일부 품목에서 외국인 판매자의 등록 권한을 제한하기로 했다. 특허청은 ‘위조상품 유통 방지기술 콘퍼런스’를 열어 민관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허 의원은 “최근 가품 시장이 명품 주얼리·시계로까지 번지며 소비자 피해는 물론이고 정품 시장 위축까지 불러오고 있다”며 “지식재산권 보호 제도를 정비하고, 세관 단속과 국제 공조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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