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장 한국인 구금]
현대차, 알제리에 공장설립 추진
HD현대는 인도 진출 확대 나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에 이어 미 조지아주의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에서 300명 넘는 한국인들이 집단 구금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미국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구금 사태를 거치며 ‘우리가 알던 미국 시장이 아니다’, ‘투자한 만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 美언론도 “한국인 체포로 기업들 美 투자 신중해질 것”
상호관세 협상 결과 자동차 품목별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해놓고도 적용 시점을 밝히지 않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할 수 없는 행보가 이어지던 중 구금 사태까지 터지자 재계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국내 대기업들은 발언을 아끼면서도 “이번 사태를 주의 깊게 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에는 시기적으로 무리가 있다”면서도 “최근 미국의 변화 등을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이번 대규모 구금 사태가 결국에는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위태롭게 하고,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10일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민 규정이 외국 기업의 공장 건설을 어떻게 방해하는지를 이번 사건이 여실히 보여줬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조반니 페리 경제학 교수는 “이런 사건들은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기 전에 훨씬 더 신중해지도록 만들 것”이라며 “기업은 공장 설립에 필요한 인력을 데려올 수 없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도 “이번 사태로 한국이 약속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정이 지연되거나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기업들 “현지화-다변화로 리스크 낮춰야”
일부 기업들은 “강압적인 조치에도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미국 시장을 등지기 힘들다”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출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98만8000여 대를 판매하는 등 미국 시장은 현대차그룹의 단일 국가 기준 최대 수출 시장이다. 하지만 현대차도 유럽과 인도,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에서 판매망을 구축하며 미국발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2023년 GM의 인도 공장을 인수하며 인도에 생산 거점을 구축했고, 아프리카 알제리에도 승용차 조립 공장을 지어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의 생산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제조업체들은 미국 일변도의 수출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인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HD현대가 대표적으로 조선과 건설기계 분야 등에서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인도 정부가 미국의 50%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으로 상품서비스세(GST) 인하를 결정해 소비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인도에서 TV 시장 점유율 1,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라인업을 앞세워 공을 들이고 있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미국 외 시장에도 눈을 돌려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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