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음 끊이지 않는 ‘성수1지구 재개발’… 조합장 해임 추진에 입찰취소까지 점입가경

  • 동아경제
  • 입력 2025년 9월 11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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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전략정비구역 제1~4구역.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성수1지구)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시공사 선정 절차를 둘러싸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성수1지구 재개발은 공사비 약 2조 원, 최고 65층, 총 3014가구 규모 강북권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조합 내 갈등과 조합장을 겨냥한 의혹, 조합원들의 문제 제기가 겹치면서 사업 투명성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조합장에 대한 논란을 주목할 만하다. 성수1지구 사업에 GS건설 단독 응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특정 시공사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해당 조합장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됐다. 특정 건설사와 식사를 하는 등 부적절해 보이는 행보에 대한 비난과 함께 해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성수1지구 조합이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1치 시공사 입찰을 취소하고 재입찰을 진행하기로 하고 입찰지침도 일부 수정했다. 하지만 변경안은 표현 정정과 문구 보완 수준에 그쳐 형식적인 수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합장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법망과 해임 위기를 벗어나려는 국면 전환용으로 입찰 변경 카드를 꺼냈고 독소 조항은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당초 조합이 제시한 입찰지침에는 ▲로열층·로열동 조합원 우선분양 금지 ▲프리미엄·할인 보장 금지 ▲금융조건 제한 ▲조합 임의 입찰 무효·자격 박탈(권한) ▲과도한 책임준공 의무 등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건설사 입찰 의지를 꺾는 조건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장설명회 이후 GS건설 단독 응찰 가능성이 나오면서 수의계약 우려가 커졌고 지속된 비판에 결국 조합은 뒤늦게 입찰취소와 재입찰로 방향을 튼 것이다. 다만 변경안은 로열층·로열동 표현 허용, 추가 이주비(LTV 초과분) 연대책임 면제 문구 추가, 책임준공 예외 조항 보완 등 부분적인 조정에 불과했고 핵심 제한은 대부분 유지됐다. 지침 외형 일부만 보여주기식으로 수정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부적으로 기존 지침에는 시공사가 조망이나 일조가 좋은 ‘로열층·로열동’을 조합원에게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했다. 그러나 이번 지침에서는 시공사가 해당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변경했다. 추가 이주비와 관련된 금융 조건도 논란이 됐다. 당초 LTV(담보인정비율) 한도를 초과하는 대출에 대해서는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서도록 했으나 변경안에는 연대보증 의무를 면제하는 문구가 삽입됐다. 책임준공 의무 역시 일부 조정됐다. 기존에는 천재지변은 물론 유물 출토 등 시공사와 무관한 사유가 발생해도 시공사가 완공 책임을 져야 했다. 변경안은 인허가 지연이나 행정 절차상 문제 등 예외 사유가 일부 추가됐다. 다만 여전히 과도한 조건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조합원 일부는 다른 건설사 입찰을 막는 핵심 제한은 대부분 유지됐다고 지적했다.

특정 건설사와 저녁식사 걸린 조합장 “시공사 양해 구하는 자리… 헤아려 달라”
조합원 불만을 야기한 초기 입찰지침과 반발에 의한 입찰 취소, 조합장 고발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조합이 신뢰를 잃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이번 입찰지침 변경도 공정한 경쟁을 회복하기 위해 지침을 근본적으로 수정한 것이 아니라 조합장 해임 등 조합 수뇌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조합장 고발 건의 경우 이사회에서 확정된 마감재를 저가 사양으로 변경해 대의원회 통과를 시도하고 공사비 예정가를 그대로 둬 차액을 노렸다는 업무상 배임 의혹이 고발장에 담겼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 책임과 함께 사업 일정 지연 등 조합원 피해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시공사와 유착 정황도 드러났다. 일부 대의원은 해당 건설사 직원이 복숭아 상자를 들고 찾아와 입찰지침 변경 부결을 종용했다고 증언했다. 조합 측이 전화로 지침 변경 반대를 회유한 녹취록도 공개됐다. 경찰조사 중인 접대 향응 의혹 건에 이어 대의원회 전날 또다시 조합장과 특정 건설사 관계자가 식당에서 만난 사진까지 촬영되면서 현행 조합 수뇌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조합장은 해당 식당 회동에 대한 해명 글을 조합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조합장은 지난 9월 4일 소집요구 발의로 개최되는 제22차 대의원회의 결과에 따라 입찰한 시공사가 반발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 회의 전날 협의를 위해 연락을 해 원하는 장소에서 자리를 갖게 됐고 접대가 아닌 입찰을 다시 진행하기 위한 업무적인 양해와 설득의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조합장은 “입찰에 참여한 시공사 입장을 고려하는 마음으로 설득과 양해를 구하는 자리였다”며 “부득이하게 업무적인 설득이 있었던 자리로 깊이 헤아려 주기 바란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입찰공고 취소 등 절차적 적법성에 대한 논란도 쟁점이 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시공자 선정 및 선정 취소는 조합원 과반 직접 출석 요건의 총회 의결사항이지만 입찰(공고) 자체의 취소·정정·재입찰은 국토교통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과 정관이 정한 절차(이사회·대의원회 의결 등)에 따른다. 이미 공고와 현장설명회가 진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재공고, 기간 준수, 평가기준 정비 등 재절차가 요구되고 절차 하자가 발생하면 무효 소송·감사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수1지구 한 조합원은 “과거 복마전으로 비유되던 재개발 구태가 2025년 성수에서 반복되고 있다”며 “서울시와 성동구 등 지자체가 직접 감독에 나서고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로 사업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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