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단지內 서울시-건설사 땅
대지지분 갈등 사례-판례 많아
“소송하며 재건축 사업 진행 가능”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부 단지에서 등기상 대지지분이 말끔하지 않아 어수선한 모양이다. 오래전 아파트를 분양했던 건설사와 서울시 명의의 지분이 아직 등기에 남아 있는 탓이다. 워낙 가치가 큰 땅에 얽힌 문제라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만큼 일반의 관심도 높아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문제는 압구정 단지에서만 벌어지는 특별한 일은 아니다. 1970, 80년대 지어진 강남권 단지에는 제3자, 특히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던 건설사나 구역 내 토지를 보유했던 행정청 명의의 대지지분이 종종 등기부상 남아 있었다.
현재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로 재건축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조합도 이 문제를 겪었다. 인근 단지인 반포디에이치클래스트(반포주공 1·2·4주구 조합)도 마찬가지다.
분양 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정확한 원인 파악은 불가능하다. 분양과 입주 후 깔끔하게 정리됐어야 할 후속 처리가 누락되거나 방치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건설사가 고의로 일부 지분을 남겨 훗날을 도모했을 거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음모론’에 가깝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제3자 명의 지분은 최초로 분양받은 사람의 대지지분에 포함돼야 한다. 또 아파트 매도 시에 함께 이전됨으로써 현재 구분 소유자들이 보유하고 있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소송 실무적으로는 시효취득을 주장해 현재 소유자들 앞으로 등기 이전을 구하는 것이 보통이다.
통상적으로는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등기부에 흔적만 남은 지분이라도 ‘압구정 땅’에 관한 권리를 협의만으로 넘겨주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우선 서울시는 협의를 통한 지분 정리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입찰을 앞둔 건설사 입장은 그리 간단치 않을 수 있다. 회사 내부 배임 이슈는 물론이고 자칫 법령이 금지하는 ‘시공과 무관한 이익 제공’으로 오해를 살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소송 실무에서는 대부분 조합이 주도해 일률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개별 소유자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체 사업 시행과도 깊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다만 소송 자체로 재건축이 지연되진 않는다고 봐야 한다. 정치적 갈등이라면 모를까, 제3자 명의 지분은 시효 취득을 이유로 현재 소유자들의 대지권에 흡수될 것이다. 조합으로서는 소송이 끝나기 전이라도 형식적 등기가 아니라 실체 관계를 기준으로 조합원 종전자산을 파악해야 적정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실체적 권리를 흠결 없이 반영하는 완벽한 등기가 있어야 비로소 종전자산 평가와 관리처분계획이 가능하다는 일부 목소리는 관리처분의 실질과 조합의 재량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정비업계 시각으로는 이번 압구정 재건축 단지 대지지분 문제는 그렇게 풀기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판례를 통해 확고한 법리가 구축돼 소송 결론을 예측할 수 있고 다른 단지 사례들을 통해 행정적 경험도 충분히 쌓여 있다. 압구정 재건축 단지의 대지지분이 이처럼 화제가 된 것은 자타 공인 대한민국 최고라는 압구정 재건축의 상징성과 천문학적인 땅값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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