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는 타고난 성품이 아닌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술
영웅적 사명과 전문성 바탕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구축해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면서 많은 리더가 과감한 결정을 주저하고 있다. 혼란에 압도되면 멈춰 서거나 그저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움츠러든다. 하지만 “행운은 용감한 자에게 미소 짓는다”는 오랜 격언처럼 수많은 연구는 위기 속에서 용기 있게 나아가는 기업이 결국 번영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란제이 굴라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9-10월호에 기고한 ‘지금, 용기를 내야 한다’라는 아티클에서 “용기는 타고나는 성품이 아니라 누구나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용기 있는 리더들과의 인터뷰 및 학술 연구를 바탕으로 도출한 5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 긍정적인 스토리텔링 구축
두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이고 도덕적인 사명감이다. 눈앞의 불확실성을 단순한 위험으로만 보지 않고, 그 안에서 기회를 찾아 긍정적인 이야기로 재구성해야 한다.
페이스북의 전 직원 프랜시스 하우건은 회사가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해악과 허위 정보 확산의 문제를 알면서도 이익을 위해 방치한다고 폭로했다.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내부 고발을 실천한 그의 용기는 “위험에 빠진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나는 할 일을 했다”는 도덕적 사명감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약국 체인 CVS의 헬레나 폴크스 전 회장은 2014년 연간 2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감수하고 모든 매장에서 담배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그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거센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사람들의 건강을 지원한다’는 회사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는 2만5000명의 약사들에게 엄청난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이처럼 자신과 조직의 의사결정을 영웅적인 사명으로 재정의하면 두려움을 극복할 힘이 생긴다.
● 전문성 키우기
꾸준한 훈련과 학습을 통해 쌓아 올린 깊은 전문성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2009년 미국 허드슨강에 비행기를 기적적으로 불시착시킨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이륙 직후 새 떼와 충돌해 양쪽 엔진이 모두 멈추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설렌버거 기장은 침착하게 대응해 승객 전원의 생명을 구했다. 이는 평소 훈련 시나리오에도 없던 상황이었다. 그는 훗날 “내 인생 전체가 그 순간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수십 년간 쌓아온 비행 기술과 경험, 끊임없는 훈련이 미지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자신감을 만들어냈다.
● 과감한 도전의 단계적 실천
아무리 과감한 도전이라도 시작은 작은 단계부터 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려 하기보다는 작은 성공을 쌓아가며 점진적으로 상황을 통제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2011년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친 후쿠시마 다이니 원자력 발전소의 마스다 나오히로 감독관과 그의 팀은 재앙적 상황에서도 작은 단계부터 밟는 전략을 택했다. 그들은 화이트보드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고, 현장 점검으로 정보를 수집해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가설에 따라 행동하면서도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유연하게 계획을 수정했다. 이처럼 점진적 학습과 적응을 통해 그들은 결국 다른 후쿠시마 발전소와 달리 재난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 조력자 활용
혼자서 용기를 내기란 매우 어렵다. 용기 있는 행동은 ‘팀 스포츠’와 같다. 나를 지지하고 때로는 건설적인 비판을 해줄 조력자가 필요하다. 유니레버 최고인사책임자(CHRO)에서 샤넬의 최고경영자(CEO)로 이직한 리나 나이르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역량을 스스로 의심했다. 그때 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가족들의 격려와 오랜 멘토의 조언이었다. 이들의 지지 덕분에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샤넬에서 지속가능성과 자선 활동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그는 “비행기에서 산소마스크를 쓰듯, 먼저 자신을 돌봐야 맡은 역할들을 감당할 에너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레고의 전 CEO 예르겐 비 크누스토르프는 솔직한 고객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평하는 고객 목소리를 경청하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솔직한 피드백과 건설적인 비판이 과감한 변화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확신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 침착함 유지
불안한 상황일수록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지만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습관은 불안을 잠재우고 자신감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라고 자문하는 습관을 가졌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중요한 회의에서 늘 같은 자리에 앉는 전임자의 관행을 따르며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때로는 위기 상황을 성장의 기회로 재정의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인도 여행 스타트업 익시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를 오히려 새로운 사업을 탐색하는 기회로 삼아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이뤄냈다.
용기는 비즈니스 리더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배우고 실천해야 할 필수 기술이다. 기후 변화, 경제적 불평등 같은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인과 사회 모두 집단적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앞에서 소개한 5가지 전략을 활용하면 자기 자신의 용기를 북돋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다. 우리 각자가 조금만 더 대담해진다면 개인의 성장을 넘어 세상에 훨씬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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