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비자’ 인원 작업중단 상태
美공장 준공 2, 3개월 지연 불가피
공장 신축 장비 80%, 국내서 들여가
소부장 업체들 납품 못해 연쇄 타격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근로자들의 대규모 구금 사태 이후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으로 ‘보릿고개’나 다름없는데 그나마 정상 진행 중이던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수주 공백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
1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짓고 있는 공장들은 미국 이민당국의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의 대규모 단속 이후 공사 계획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른 업체들도 단속된 공장과 마찬가지로 ESTA(전자여행허가)와 비즈니스·관광 목적 방문(B1·B2) 비자를 활용해 공사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봤던 B1 비자마저 불확실성이 커져 해당 비자를 보유한 인원 모두 작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일부 전문직(H1B)이나 일반 주재원(L1) 비자 인력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미국 현지에 공급망을 둔 국내 배터리 소부장 기업들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미국에서 공장을 지을 때 사용하는 국내산 장비 비중은 80% 이상이다. 높은 경우 90%를 넘는다. 양극재 등 소재 국산화율은 5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당수 미국 공장들이 올해 말, 내년 초 가동을 앞두고 있어 배터리 소부장 기업들은 공사 막판에 리스크가 터진 지금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은 당초 올해 말 준공, 내년 초 가동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준공일이 최소 2, 3개월 지연됐다. 배터리 장비업체 임원은 “공장 준공이 미뤄지면 장비를 납품하는 기업들도 기대했던 실적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한 양극재 업체 관계자는 “소재 분야 역시 공장 가동이 늦어질 경우 제조 현장에 투입할 수 없어 타격을 받게 된다”며 “공장 건설이 정상화될 때까지 후방 산업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비업체들은 유지·관리·보수도 주요 매출원이라 미국의 한국 출장자 비자 단속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실정이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이미 가동 중인 공장에서 고객사가 장비 수리 또는 업그레이드를 위해 엔지니어 방문을 요청할 때가 문제”라며 “그동안 B1 비자나 급한 경우 ESTA로 직원을 보냈는데 앞으로는 이전과 같은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배터리 소부장 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전기차 캐즘으로 인해 공급 일정이 꼬인 상황이다. 공장 건설 지체 등의 요인으로 적게는 1, 2개월부터 많게는 6개월 이상 납품이 늦춰졌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투자 속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바닥을 찍고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 시작했는데 예상치 못한 악재가 추가로 터진 상황”이라며 “공급망 정상화를 위한 비자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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