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16일(현지 시간)부터 27.5%에서 15%로 인하된다. 반면 한국은 7월 30일 타결한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후속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여전히 25% 관세를 물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제로 관세’ 혜택을 누리던 한국이 이제 일본보다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대미 관세 역전 현상으로 한국 자동차는 하반기(7∼12월) 북미 자동차 시장에서 험난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관세 격차로 뒤바뀐 가격 경쟁력
한국 차는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에 따라 일본 차 대비 2.5%포인트 낮은 무관세 특수를 누려왔다. 올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품목 관세를 부과한 이후에도 한국이 25%, 일본이 27.5%의 관세를 적용받았다.
이 2.5%포인트의 관세 우위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차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반이 됐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021년 미국 합산 판매량에서 혼다를 처음 제친 이후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미국 시장 판매 4위 자리를 지키며 일본 완성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15% 관세 협정이 일본에 먼저 적용되면서, 한국 차 관세가 일본 차보다 10%포인트 높아졌다. 관세 부담이 추후 차량 가격에 반영되면 15일 현재 기준 1700달러(약 237만 원) 더 낮은 현대차 쏘나타(3만4125달러)가 도요타 캠리(3만3350달러)보다 775달러 더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현실화된다.
현재까지는 현대차·기아 등이 현지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고 관세를 자체 부담하고 있으나 언제까지 이 상황을 버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5% 관세 부과 시 국산 차량 1대당 800만 원 수준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1∼6월) 미국 판매량 대비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은 43.5%로 도요타(57%)보다 낮다. 현지 생산 비중이 낮을수록 관세 부담도 커진다. 이미 2분기(4∼6월) 실적 발표에서 현대차와 기아 등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5.8%, 24.1% 감소했으며, 이 중 관세로 인한 감소분은 현대차 8282억 원, 기아 7860억 원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관세 대응을 위해 친환경차 전용 공장인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현지에서 인기인 하이브리드차 생산 비중을 늘리는 등 미국 현지 생산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 대한 이민 당국의 급습으로 한국인 전문인력과 외국인 인력 파견이 제한돼 하이브리드차 등 현지 생산 확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 한미 후속 협상 교착, 업계 ‘진퇴양난’
한미 관세 후속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과 12일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두 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한미 양국 간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담 때문에 가격을 올리면 점유율이 떨어지고,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수익성이 악화하는 진퇴양난 상황”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일본·유럽연합(EU)과의 관세율 격차가 장기화할 경우 유럽이나 중국 등 대체 시장 확대 전략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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