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잡는 AI기업 마크비전 “지난해 IP 침해물 4900만건 제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6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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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위조 상품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범죄산업으로, 매년 20%씩 커져 지금은 약 3000조 원 규모로 형성돼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 대중화로 위조 상품이나 불법 콘텐츠로 피해를 곳이 많아지고 있는데, ‘마크비전’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태어난 회사입니다.”

이인섭 마크비전 대표(35)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식재산권(IP)을 핵심 자산으로 갖고 있는 브랜드와 콘텐츠 기업들이 위조·사칭·무단 판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나아가 유통과 가격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IP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마크비전은 이 대표가 2019년 미국 보스턴에서 만든 스타트업으로, AI를 기반으로 ‘IP 보호 서비스’를 전 세계에 제공하고 있다. LVMH(루이비통모에에네시) 같은 글로벌 명품 그룹부터 러쉬, 젠틀몬스터까지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명 기업들도 마크비전의 고객들이다.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위조 상품이나 불법 콘텐츠, 기관·언론·유명인 사칭, ‘리셀’로 불리는 무단 판매 등 침해물을 자동 탐지해서 제거하는 것이다. 이 외에 AI와 법률 전문성을 결합해 글로벌 상표 출원 서비스를 지원하고, 브랜드 권리 보호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8개국, 1500여 개 플랫폼에서 4900만 건의 침해물을 삭제했다. 글로벌 브랜드 고객사들은 마크비전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시장에서 위조 비중을 평균 30%에서 10% 미만으로 줄였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마크비전은 최근 4800만 달러(약 7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라운드에는 ‘Peak XV(세쿼이아캐피털 인디아&SEA)’, HSG(세쿼이아캐피털 차이나), 세일즈포스 벤처스 등 글로벌 투자사가 참여했다. 누적 투자금은 1200억 원을 넘어섰다.

마크비전 이인섭 대표.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 대표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독일 중앙은행을 거쳐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전문성을 키웠다. 로스쿨 시절 들었던 상표 수업에서 위조 시장의 심각성을 접하며 창업을 결심했다. 이 대표는 “위조 상품 시장이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글로벌 유통 구조와 연결된 거대한 산업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 문제를 기술로 풀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브랜드 컨트롤’은 마크비전이 최근 주력하는 서비스다. 이 대표는 “행사 때 대량 매입한 정품이 스마트스토어·중고 플랫폼에서 저가에 유통되면, 공식몰·백화점 매출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까지 무너진다”며 “이를 무단판매로 정의하고, 탐지·제거하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P 침해는 매출을 떨어뜨리는 문제이자, 소비자 경험과 브랜드 평판을 동시에 해치는 구조적 위협”이라며 “AI 기반 탐지와 단속, 권리 보호, 리셀러 통제까지 모두 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것이 마크비전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향후에는 이 같은 브랜드 컨트롤을 넘어 IP 출원·관리뿐 아니라 라이선싱과 수익화까지 지원하는 ‘IP 오퍼레이팅 인프라’를 구축해, 전 세계 창작자와 기업들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 마크비전의 목표다.

이 대표는 “위조상품 단속은 원래 서비스업에 가까운 일”이라며 “일일이 찾아내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수작업이 대부분이었지만 마크비전은 여기에 AI를 접목해 반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일을 자동화하고, 기존 서비스업의 한계를 확장 가능한 소프트웨어로 바꿔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브랜드가 자기 이름과 가격, 유통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창작자와 기업들이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고, 더 많은 혁신과 발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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