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는 17일 로봇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스마트공장을 운영하기 위한 최첨단 무선통신 기술을 공개했다.
두 회사는 초고속·저지연 무선통신인 와이파이6(차세대 초고속 무선통신 기술)와 폐쇄망 전용 초고속 5G(P-5G)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무선 연결 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한국과 미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이 기술은 지난해 말부터 울산 공장과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적용돼 수백 대의 생산 로봇과 물류 로봇의 안정적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 공장 현장에서는 부품을 운반하는 무인운반차(AGV)와 자율이동로봇(AMR) 등 무선통신 기반의 첨단 로봇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울산 3공장에는 100대 이상의 AGV·AMR이 도입됐고, HMGMA 의장 공장에는 161대의 AMR이 투입됐다. 이들 로봇은 정해진 경로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현장 상황에 맞게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므로 안정적인 무선통신 기술이 필수적이다.
통신망 전환이 가능한 일체형 단말기 덕분에 기존에 개별 통신망을 사용하던 로봇들이 통신 장애 발생 시 작업을 중단하던 문제가 해결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와이파이7 기반 차세대 통합형 단말기 기술을 2026년까지 개발해 국내외 공장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인 조선업계에서도 로봇 도입이 활발하다. HD현대삼호는 15일 HD현대로보틱스, LG CNS와 휴머노이드 로봇 및 물류자동화 기술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용접뿐 아니라 측정·성형·관제 등 다양한 생산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와 자율이동로봇을 개발해 조선소 자동화를 확대할 예정이다.
철강 분야에서는 포스코가 2020년 광양제철소에 도금 공정 자동화 로봇을 도입하는 등 고위험 작업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로봇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 2023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제조업 근로자 1만 명당 1012대의 산업용 로봇을 보유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위 싱가포르(770대)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로봇 도입은 인건비 절약을 위해 저임금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던 방식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IFR은 올해 1월 ‘글로벌 로보틱스 트렌드 2025’ 보고서에서 “자동화로 제조업체들이 본국이나 주요 소비시장 인근에서 생산할 수 있다”며 “로봇 활용이 제조업 노동력 부족 문제를 크게 완화한다”고 분석했다.
로봇이 기존 인력을 대체하기보다 전체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세계은행은 7월 발표한 동아시아 태평양 지역 보고서에서 “로봇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생산 규모의 확대로 이어져, 자동화로 인한 고용 대체 효과를 상쇄했다”고 분석하며 로봇이 비용 절감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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