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터져도, 새폰 터져도… 번호이동시장 ‘잠잠’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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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어 KT 해킹에 “옮겨봐야…”
새 갤럭시-아이폰 출시 첫날만 북적
기대 못미치는 보조금 경쟁도 영향
“KT 해킹 규모가 번호이동 변수”

“SK텔레콤에서 유심 해킹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KT나 LG유플러스로 옮기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KT까지 해킹 사태가 터지고 나니 이젠 ‘옮겨봐야 뭐하겠나’ 싶어요.”

직장인 신모 씨(33)는 사용한 지 2년가량 된 휴대전화 기기를 바꾸기 위해 휴대전화 영업점들이 내놓는 조건들을 살펴보고 있지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번호이동을 조건으로 이동통신사마다 내놓는 보조금이 서로 비슷한 데다, 이통사들의 해킹 이슈가 연달아 터지면서 특정 이통사 서비스가 더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도 사라졌다. 신 씨는 “지금 쓰는 휴대전화 기능이 신작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것도 아니어서 당분간은 지켜볼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7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폐지되고 갤럭시Z, 아이폰17 시리즈 등 휴대전화 신작이 출시되면서 일각에서는 이통사 간 보조금 경쟁과 이에 따른 활발한 번호이동을 예상했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 두 달이 지난 현재 번호이동은 ‘잠잠한’ 모습이다. 이통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예전처럼 크게 늘리지 않는 데다, 이통사의 연이은 해킹 사태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가중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7 시리즈 개통이 시작된 19일 발생한 번호 이동 건수는 3만949건이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각각 919건, 409건 순증했다. 반면 KT는 1328건 순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튿날인 20일에는 전날 대비 절반가량인 1만7261건의 번호이동이 발생하는 데 그쳤다.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689건, 26건 순증한 반면 SK텔레콤은 715건 순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과열 기준은 하루 2만4000건인데, 20일 수치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며 “아이폰17 개통일인 19일에만 일시적으로 번호이동이 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7월 삼성전자 갤럭시 신작이 개통됐을 때도 첫날 번호이동 건수는 약 3만5000건이었으나 그 뒤로는 1만 건대로 줄었다”고 말했다.

과거 통상 휴대전화 신작이 출시되면 이통사 ‘갈아타기’가 대거 이뤄졌다. 통신업계가 이때에 맞춰 보조금을 앞다퉈 지급하며 번호이동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통사들이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조직을 개편하는 등 신사업에 집중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가며 마케팅 출혈 경쟁으로 이용자를 확보하기보다는 생성형 AI 서비스나 AI 데이터센터 등에 투자하려는 모습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올해 4월부터 6월 사이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로 SK텔레콤 이탈자가 늘면서 다른 두 통신사의 영업조직이 이미 연간 실적을 채운 상태인 데다, 마케팅비 예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굳이 서로 앞다퉈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24일 국회에서는 이통사 해킹 관련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연이은 이통사들의 해킹에 소비자들이 체념하면서 SK텔레콤 사태 때처럼 번호이동이 폭증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KT의 서버 해킹 규모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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