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중앙회
지도자대회-협력국 장관회의 개최… 46개국 공무원 등 500여 명 방문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모색 위해… 요르단-우간다 등 자립 과정 발표
한국, 새마을운동 제언 7가지 제시
2025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를 마치고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비롯한 각국 SGL대표단과 주한대사, 행정안전부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천년고도 경주에서 전 세계 46개국 고위 공무원과 해외 새마을운동 지도자 5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행정안전부와 경상북도가 주최하고 새마을운동중앙회와 경상북도새마을회가 주관한 ‘2025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GSLF)’와 ‘새마을 글로벌 협력국 장관회의(GSMM)’가 지난 17일 경주 라한셀렉트에서 열렸다. 이는 한국의 경제 발전 원동력이었던 새마을운동이 이제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였다. 2023년 부산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장관회의는 ‘지속가능한 지구촌 새마을운동의 미래’라는 비전 아래 빈곤과 불평등 해결을 위한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에서 ‘함께 잘사는 지구촌’으로
46개국 SGL회원국 기수단이 입장한후 지구촌 공동번영과 새마을운동의 확산 및 발전을 기원하며 새마을기를 힘차게 흔들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제공1970년대 새벽종 소리로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초가집을 개량하고 논두렁을 다지며 한국 사회의 자립과 성장을 이끌었다. ‘근면·자조·협동’의 정신은 단순한 경제 성장을 넘어 공동체 회복과 주민 의식 개혁을 이끄는 사회 혁신 모델이었다. 반세기 만에 새마을운동은 국경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 ‘K-ODA(공적개발원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1972년부터 현재까지 150개국 6만7000여 명에게 성공 경험을 전수했으며 현재 온두라스, 부룬디, 르완다 등 22개국에 122개의 시범마을을 조성해 농촌 소득 증대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외부의 도움 없이 주민 스스로 자발적으로 새마을운동을 추진해 변화를 일궈낸 ‘자생마을’은 동티모르와 캄보디아, 파푸아뉴기니 등 22개국 500여 곳에 달한다.
이번 지구촌지도자대회에서는 새마을운동의 세계적 확산에 기여한 5명의 유공자에게 포상을 했다. 동티모르에서 새마을협력관으로 활동하며 마을 개발에 헌신한 올데리코 도 로사리오 마리아 다 실바, 우간다에서 자생마을 지도자로 활동 중인 은주바 엘리사 등이 그 영예를 안았다. 이들의 사례는 새마을운동이 행정이나 원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주체적 역량 강화를 통해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핵심 가치를 증명했다.
UN SDGs와 손잡고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다
이번 장관회의는 새마을운동이 빈곤 퇴치라는 목표를 넘어 유엔이 추구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의 시너지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참석 장관들은 ‘새마을운동 시범마을 모델화’와 ‘비(非)사업 국가의 현지 적용 방안’을 주요 의제로 삼아 새마을운동이 각국의 환경, 경제, 사회적 특성에 맞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특히 행사 이튿날 진행된 새마을운동중앙회-UN거버넌스센터 공동 세미나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발표돼 참석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 세션에서 요르단은 정부 예산 없이 오직 자원봉사로 성공한 자립 사례를 발표했고 필리핀은 새마을운동을 국가 정책으로 제도화한 경험을 공유했다. 아프리카 세션에서는 우간다의 칼람비 마을이 근면·자조·협동을 통해 빈곤을 극복하고 자립한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했으며 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르완다의 농촌 개발 프로젝트와 연계한 ‘K-ODA 패키지’ 모델을 소개해 협력의 폭을 넓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온두라스와 피지 등 중남미-오세아니아 국가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농업 등 현대 과제에 새마을운동의 개념을 적용한 사례를 발표했다. 이는 새마을운동이 단순한 농촌 개발을 넘어 기후 위기 극복과 식량 안보 등 지구촌이 직면한 새로운 난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동티모르의 지구촌새마을운동 우수사례 발표 후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가운데)과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오른쪽)이 박수를 치고 있다.이번 장관회의에서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은 새마을운동이 지구촌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7가지 핵심 제언을 제시했다. 한국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제시된 이 제언들은 새마을운동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담고 있다.
△중앙정부 지도자의 강한 의지: 중앙정부 지도자가 사업의 설계, 집행, 확인, 평가까지 직접 챙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푸아뉴기니의 제임스 마라페 총리가 한국을 국가 발전 모델로 삼아 새마을운동 보급에 앞장서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쟁 원리 적용: 마을별 사업 성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차등 지원함으로써 주민들의 참여 동기와 근면·자조·협동 정신을 북돋아야 한다.
△마을의 자율성 보장: 마을 안길 정비, 마을회관 건립 등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마을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소득 증대 연계: 모든 사업이 궁극적으로는 소득 증대와 연결돼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해 기술 지도, 자금 지원, 유통 대책 등을 지원해야 한다.
△여성의 역할 강화: 한국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므로 남녀 각 1명의 지도자를 선발하고 부녀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우수 사례 공유: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각 대륙별로 우수한 새마을운동 교육 및 연수 사례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상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학생·청년 참여 확대: 지속가능한 새마을운동의 미래를 위해 학생과 청년들의 참여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김 회장은 “새마을운동은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바뀌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발전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새마을운동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수레의 두 바퀴로 작동하면서 대한민국 경제·사회의 발전을 견인했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해냈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구촌새마을지도자대회와 장관회의는 새마을운동이 한국을 넘어 지구촌 상생과 번영을 이끄는 길잡이가 될 것임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과거 대한민국의 성장 신화가 이제는 인류의 공동 자산이 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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