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띄우기?…알고보니 전자계약 작성 확산에 계약 해제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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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9월 24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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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943건 해제, 강남·성동 30% 전자계약 전환
90% 동일 금액 재신고…“고의 해제는 제한적”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계약 후 해제 건수가 5000건에 육박하며 1년 만에 두 배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집값을 띄우기 위한 고의적 해제보다는, 종이계약을 전자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한 절차적 해제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종이 계약 신고 이후 전자계약 변경

24일 국토부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후 해제 사유가 발생한 건수는 4943건이다. 지난해 전체 2549건과 비교해 2배가량 늘었다.

해제 사유의 가장 큰 원인은 전자계약서 재작성이다. 기존에 작성된 종이계약을 전자계약으로 바꾸려면 먼저 계약을 취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5~6월 강남구와 성동구에서 발생한 거래 취소 건수 중 약 30%가 전자계약 전환 때문이었다.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이란 종이 없이 부동산 매매·임대차 계약을 전자 서명으로 체결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종이 대비 위변조 위험이 낮고 거래 대상자가 간편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전자계약 건수는 20만 1343건으로, 전년 동기 2만 7094건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급증 배경에는 다양한 혜택이 있다. 매수인·임차인은 대출 금리 0.1~0.2%포인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정부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중개보수 10만 원 바우처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매수인이 전자계약 전환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연락처 등 단순 변경은 ‘수정 신고’로 가능하지만, 전자계약 전환이나 공동명의 변경처럼 중요한 사유는 반드시 계약 해제 후 재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뉴스1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뉴스1


‘집값 띄우기’ 고의 해제 가능성 작아

서울시는 계약 후 해제가 집값을 띄우려는 고의적 행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체 계약 해제 건수의 90%가 동일한 금액으로 재신고됐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지자체도 합동 현장 점검을 통해 이상 거래 차단에 나서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점검 결과 대부분이 종이계약을 전자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한 해제였다”며 “6·27 대출 규제 이후 중도금 조달 문제로 불가피하게 해제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 띄우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단지 내 한 건의 최고가 계약만 체결돼도 해제 전까지 집값 기준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서다. 실제 이달 9·7 공급 대책 이후 계약 해제된 180건 중 강남구가 19건으로 가장 많았다.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계약 체결 사실만으로도 지역 사회에 소문이 빠르게 퍼져 매물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있다”며 “공식 신고 기한(30일) 이전부터 시장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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