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마웰니스뮤지엄을 운영하는 손정민 약사가 미디어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어릴 적 약국은 동네 주민들이 모여 건강을 이야기하는 사랑방 같았어요. 약사는 단순히 약만 건네는 사람이 아니라 생활 습관까지 챙겨주는 상담자였죠.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 약국은 그 역할을 다시 복구하는 과정입니다.”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 약국(이하 OWM)을 운영하는 손정민 약사의 말이다. OWM은 서울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번화한 거리에 강남 한복판에 문을 열었다. 140평 규모로 지하 1층과 1층에 자리했다. 옵티마는 1982년부터 이어온 약국 브랜드로 전국에 800여 개 가맹점을 둔 국내 최대 약국 프랜차이즈 가운데 하나다.
옵티마웰니스뮤지엄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트형 대형 약국의 삐죽삐죽한 진열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카테고리별로 정돈된 진열대는 마치 전시관처럼 차분하고 여유 있게 배치돼 있고 조명과 인테리어는 소비자가 서서 비교하고 고를 수 있도록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제품은 3000여 종에 달한다.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더마 화장품, 라이프스타일 제품까지 웰니스 전반을 아우른다.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취급하지 않고 있으며 일반의약품은 매장의 70%~80%, 건강기능식품과 식품, 뷰티군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자유롭게 고르고, 곧바로 상담받는 구조
가장 눈에 띄는 건 소비자가 마음껏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약국에선 약사 앞에서 망설일 시간도 없이 고르곤 했는데 여기서는 가격도 보고 성분도 비교하면서 천천히 결정할 수 있어 좋네요.” 한 30대 방문객은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가격은 시장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1층에서는 1~3분짜리 간단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지하 상담존에서는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심화 상담이 진행된다. 구매 전 반드시 약사 상담을 거치고 필요하다면 AI 기반 소분 서비스로 맞춤형 패키지를 제안받을 수 있다. 소비자는 비교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마지막에는 전문가의 조언, 상담, 복약지도로 안심할 수 있다.
옵티마웰니스뮤지엄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손정민 약사는 “소비자는 단순히 저렴한 제품을 찾는 게 아니라 내게 꼭 맞는 게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며 “약국은 그 물음에 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OWM 약국의 설계 배경에는 ‘양생(養生)’이라는 철학이 있다. 단순히 아플 때 찾는 공간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예방하고 관리하는 곳. 이는 곧 “웰니스 비포 일니스(Wellness before Illness)”라는 슬로건으로 정리된다.
브랜드 철학은 공간 배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1층은 ‘신뢰의 공간’으로 다빈도 의약품, 계절별 건강기능식품 ‘가차 서비스’, 문화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들이 배치됐다. 지하 1층은 ‘챙김과 탐색의 공간’으로 꾸며져 건강 측정존, 맞춤형 상담존, 소분 서비스 공간, 반려동물·스킨케어·라이프스타일 제품까지 총체적인 웰니스 체험이 가능하다.
공간을 기획한 조스리스튜디오 이영우 디자이너가 콘셉트를 설명하고 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조스리 스튜디오가 참여한 인테리어는 새 둥지를 형상화해 안정감과 포용을 담았고, 브라운 컬러는 40년 넘는 옵티마 약국의 헤리티지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옵티마가 라이프스타일프로젝트(LSP)와 합병한 이후 추진됐다. 옵티마는 40년간 쌓아온 연구·개발, 유통 시스템에 LSP의 마케팅 전략과 콘텐츠 솔루션을 더해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설계했다. 1000여 명의 약사 커뮤니티가 뒷받침하고 있고 프리미엄 PB 제품, AI 소분 서비스, 맞춤형 상담으로 약사의 브랜드화와 고객 건강 습관 형성을 동시에 꾀한다.
옵티마웰니스뮤지엄에서 운영하는 소분 서비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손정민 약사는 “이 모델은 유통업계의 다른 성공 사례들과도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다이소가 생활용품을 기반으로 리빙 플랫폼으로 확장했고 올리브영이 뷰티를 넘어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체험형 매장으로 성장한 것처럼 약국 역시 건강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리테일을 실험할 수 있다”면서 “약국은 더 이상 처방전만 접수하는 곳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건강을 설계할 수 있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옵티마는 강남점을 시작으로 수도권 내 40평 이상 매장을 중심으로 2호점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OWM 앱을 통해 회원 관리, 상담 기록 저장,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고 외국인 고객을 위한 다국어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매장 안에서는 사일런트 요가, 러닝, 필라테스 프로그램과 시즌별 팝업 이벤트가 운영돼 약국을 넘어선 문화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는다.
김진호 라이프스타일프로젝트 대표는 “옵티마 웰니스 뮤지엄 약국은 단순한 구매 공간이 아니라 고객이 스스로 건강을 탐색할 수 있는 여정의 출발점”이라면서 “헬스, 뷰티, 약국 운영을 아우르는 우리의 강점을 살려 필요로 하는 곳마다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손정민 약사는 “카페 거리를 이용하는 젊은 세대들이 식사와 커피 후 자연스럽게 들러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약국을 포지셔닝하고 있다”면서 “뒤편 호텔가의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한국에서 특별히 경험할 만한 독특한 약국으로 다가가고 싶다. 이런 타겟 고객층에 맞춰 다양한 제품과 콘텐츠를 준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는 쇼핑의 자유와 상담의 안심을 동시에 누리고 약사는 도슨트처럼 고객의 웰니스 루틴을 큐레이션하는 구조로 과거 동네 사랑방이었던 약국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약국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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