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시위-임원은 사표… 조직개편 파열음 커지는 금감원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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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소원 분리 땐 은행 업무 늘어나”
직원들, ‘乙’ 5대銀 본사서 1인 시위
임원진 전원에 사표 요구, 혼란 가중
“현안 많은데 제 역할 못할 우려” 지적

금융당국 조직개편 방향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가운데 금융당국 내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24일 5대 시중은행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금감원 임원들은 전날 전원 사표를 제출해 어수선한 분위기다. 롯데카드 해킹 사고 등 금융권의 시급한 현안이 많은데, 정작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못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금감원 직원들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국회 앞에서 야간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나선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인 금감원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아 거리에 나섰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의 두 개 감독원이 생기면 은행 입장에서도 분담금 증가, 중복 검사, 자료 요구로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감원을 기존 금융감독을 책임지는 금감원과 소비자 보호를 맡는 금소원으로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추진 중이다. 여기서 금감원과 금소원은 개편되는 금융감독위원회 산하로 조정된다.

금감원 직원들은 이날 오후 6시 40분부터 국회 앞에서 금융당국 조직개편 반대 야간 집회를 진행했다. 금감원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야간 집회로, 근무시간 외 투쟁 원칙을 지키기 위해 퇴근한 뒤 이뤄졌다.

한편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부원장 3명과 부원장보 8명 등 금감원 현직 임원 11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전 임원이 사표를 낸 상태다. 최근 기획재정부 1급과 금융위 1급들도 일괄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금융감독 조직개편에 더해 임원진 전원의 사표까지 겹치면서 금융당국 내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새로운 원장이 오면 임원 전원에게 사표를 받는 게 관행이란 해석이 있는 반면 이 원장의 사표 제출 요구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직개편 시기와 정확한 방향이 정해지기도 전에 인사를 먼저 흔드는 것은 조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속도전에만 매몰된 인사 정책은 장기적으로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실제 개편되기 전까지 이 원장이 큰 폭의 임원 인사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임원의 사표가 새 원장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절차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 원장이 실제 몇 명의 사표를 수리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롯데카드 고객 정보 유출 사고 등 굵직한 사건들로 금감원의 업무가 넘치는데 조직개편으로 직원들의 집중이 분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금감위 설치법이 야당의 반대에 막혀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내년 4월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검사를 나가고 조사할 게 많은데 조직개편 관련 갈등으로 힘이 빠져 업무를 열심히 할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금감원#금융감독원#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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