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불” 발언에 외화유출 우려…환율 1410원대 상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26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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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투자 3500억달러 현금 지급 압박
한국 외환보유액의 84% 해당하는 금액
WSJ “러트닉, 액수 더 늘리라고 요구도”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만에 장중 1410원대를 돌파한 26일 서울 시내의 환전소에 전광판에 환율이 나오고 있다. 2025.9.26. 뉴스1
원-달러 환율이 4달 만에 장중 1410원대로 올랐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30분 기준으로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10.4원 오른 141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간 거래에서 장중 1410원대를 넘은 것은 5월 15일(1412.1원)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심리 저항선인 1400원을 넘긴 지 하루 만에 다시 1410원대에 진입한 것이다.

환율이 급등한 데에는 한미 관세 합의에 따른 3500억 달러(약 450조 원)의 대미 투자금 논란이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에 대해 25일(현지 시간) “그것은 선불”이라고 강조하자 외화 유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더군다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 측에 대미 투자 금액을 7월 구두 합의에 따른 3500억 달러에서 더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의 요구대로 3500억 달러나 그 이상의 대미 투자가 이뤄질 경우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500억 달러는 8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4163억 달러)의 약 84.1%에 해당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것도 환율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상대적으로 시중에 돈이 덜 풀리면서 달러 강세가 펼쳐진다.

추가 인하 신중론에 불을 지핀 것은 25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였다. 이 수치는 3.8%로 잠정치(3.3%)에서 상향됐다.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달성한 ‘깜짝 성장’을 한 것이다.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잃게 된 모양새다.

금리 인하 신중론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전부인지 그리고 그것이 지속될지를 알기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것은 실수의 위험을 동반한다”고 강조했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고 노동시장은 냉각되고 있긴 하지만 대체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며 신중론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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