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에서 주 4.5일제, 임금인상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9.26/뉴스1
주요 시중 은행원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26일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우려했던 영업 차질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 내부적으로도 주 4.5일제 도입 등 파업 명분이 큰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참여율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영업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억대 연봉으로 화제가 된 금융권이 파업에 나서 여론은 싸늘한 편이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5대 은행 중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각 은행별로 50~100명 정도 극소수만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마저도 영업점이 아닌 본점 직원들 위주로 파업에 참여해 영업 차질은 아예 없었다”고 전했다.
금융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붉은 머리띠를 매고 종고루 세종대로 동화면세점~대한문 구간 편도 전차로를 점거한 채로 집회를 벌인 뒤 용산구 전쟁기념관으로 행진했다. 당초 주최 측은 8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본집회에도 8000명(경찰 추산)밖에 모이지 않아, 3년 전 1만여 명이 모였던 파업 집회보다도 참여율이 저조했다. 이들은 주 4.5일제와 더불어 실질임금 3.9% 인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2%대 인상률을 고수하고, 주 4.5일제에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은행들의 예대마진 위주의 영업 행태와 더불어 평균 보수가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은행원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에 대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외면한 ‘황제 파업’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미 5대 시중은행의 직원 1인당 보수는 지난해 모두 1억1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굳이 이런 시기에 밉보이면서 총파업에 나서야 하는지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만약 금융노조의 주장대로 주 4.5일제가 도입된다면, 아직 대면 고객 서비스가 활성화돼있는 은행업 특성상 일부 고객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한 은행이 2020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70%는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은행 서비스를 이용했다. 점포도 줄어든 상황에서 영업 시간마저 줄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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